전체적으로 한국어로 진행된 팬미팅인지라 번역이 굳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들고 왔슴다.

1부만 찍은지 알고 아쉬워했었는데 1부 2부 적절히 섞여있어서 좋은 ^~^

귀여운 심창민 즐감하세요 ^0^/






내가 처음으로 창민이 때문에 해외를 간 건 콘서트가 아니라 바로 모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전까지 아직은 라이트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여러 이유로 해외 콘서트를 간다는 건 나에게 아직은 허들이 있는 일이였는데 영화가 그 허들을 어영부영 넘어가게 해줬다. 1박 2일 짧은 일정으로 오로지 영화 상영만 보고 왔었다. 생각보다 엄청 크고 넓은 스크린에서 황금튀를 상영을 하고 있는 극장을 가게 되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모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후덥지근하고 오사카 여름 어느날 팽팽하게 긴장감이 서 있는 모모가 그렇게 나를 황금튀의 세계로 끌어 들였다. 


창민이의 북한 사람 연기도,오사카 거리에 녹아든 모습도, 긴장과 어둠이 가득한 절망의 눈빛도,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온 형을 쏘아야 하는 슬픔도 모두 절절히 잘 전해졌다. 이 장면들만으로 외로운 인생을 산 모모가 가여워지고 모모맘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야기가 흘러갈 수록 좀 더 모모와 고다의 각각 다른 외로움이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황금튀는 여전히 각색이 아쉬운 영화다. 좀 더 섬세한 감독이 했다면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았을텐데... 황금을 터는 행위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각각 마음속에 황금이 어디 있는지가 중요한 영화의 메세지인데 그걸 감독이 잘 담아내지 못했다. 남자들의 영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영화였어야 하는데 남자들의 영화에 너무 집중한 탓이다. 창민이의 모모를 다시 한번 더 제대로 만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이미 영화화 되어버린 이상 불가능하다는게 아쉽다. 





그럼에도 나는 창민이의 모모가 참 좋았다. 스파이치고 약간은 굳은 몸짓이 아쉬웠지만^-^); 창민이의 모습 어디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몇 만명을 사로 잡는 아이돌의 모습은 없었다. 고국에게 버림받고 가족에게 내몰리고 그럼에도 이제는 스파이로써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도 자신이 죽더라도 남을 죽이는걸 그만 둔 처연한 한 인간만 남아 있을 뿐이였다. 예전에 유명한 일본 영화 관계 평론가일을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 세상의 어둠을 담은 듯한 그 눈빛이 대단하다고...(정확하지 않음ㅋ이런 뉘앙스) 나도 동의한다. 주절주절 길게 설명해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한 번의 눈빛으로 담아 내는 건 아무나 낼 수 있는 눈빛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모로 그 해 일본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여기저기서 탄 것 그저 우연히 아니다. 창민이의 이 분위기를 다른 캐릭터로써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진이 참 좋다. 고다와 같이 변전소를 둘러보기 위해서 이른 아침... 살짝 돌아보는 이 평범한 순간 속 모모가 행복해 보인다. 모모 인생에서 유일하게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 움직이는게 낯설면서도 마음 편해했는데 그 허락된 시간들은 참 짧았다. 하늘에서 같이 잘 살고 있겠지. 모모와 고다는... 



아...모모를 보니 그저 창민이 보고 싶다ㅠㅠ  








여자:누구?

모모:당신,혼자인가?
여자:누구야? 소리지를거야 
모모:조심하는게 좋을거야 당신들은 위험한 곳에 발을 들였어.
여자:무슨소리? 
모모:동료에게 충고하길 바래.빨리 손을 떼라고. 
여자:거절한다면? 
모모:쉿..~난폭하게 하고 싶지 않아
여자:난폭하게라니?


황금을 안고 튀어라 스핀오프로 영화 주인공들이 까메오 처럼 나온 드라마가 있었다. 모모의 장면은 이 부분이 다 인데 이거 처음 공개 되었을 때 처음으로 창민이를 통해 무서움을 느꼈다. 물론 평소에 어떤 부분에서 창민이에게 무섭다는 감정을 느끼는데 그건 창민이만이 갖고 있는 어떤 무거운 분위기들이 감지되었을 때인 그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말 그래도 무서움, 사람을 위협하고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일상적인 공포를 느꼈었다. 강한 행동 없이 그냥 무표정의 순간이 더 그랬다. 창민이가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사연 있는 악역이나 좀 더 무거운 역을 해도 매력적이겠다 생각이 든다. 창민이가 가진 여러가지 분위기를 여러 모습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 장면이 떠오르는 건 오래만에 한국 온 창민이가 이때의 모모랑 비슷해서라는 단순한 이유다. 이 여자가 모모에게 이렇게 협박을 당해놓고도 이케맨이였다고 하는게 당연한 우리 최강이케맨 최강창민을 만나고 싶다! 그립다! 보고싶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길고 긴 귀와의 싸움이 끝났다. 혜령이까지 희생당한 이윤은 좌절하지 않은 채 또 다시 일어선다. 이윤은 충분히 귀랑 대적하겠다는 의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굳이 고난을 주지 않아도 충분하다. 그것도 자꾸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되는 반복되는 고난은 더욱더 말이다. 고난은 사람을 강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윤에게는 더이상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작가의 안일한 극전개상 필요했고 결국 이윤은 또 다시 유일하게 남은 혜령마져 잃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귀에게 전부를 잃은 이윤이지만 귀의 마지막은 이윤의 몫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과정까지 오는 내내 안타까웠다. 시청자인 보는 나조차 피로감이 느껴질 정도였지만 제대로 귀를 향해 이윤이 할 게 없는게 뻔하니깐 말이다. 결국 우려대로 그렇게 끝이 났다. 비록 귀를 자신의 손으로 처리하지는 못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포기하지 않은 이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호귀인 김성열이 믿음을 준 적이 없어도 믿어주고 스스로를 포기해도 이끌어줬다. 모계인 양선에게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역사에 기록된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말은 드라마속에서 영웅 김성열을 위한 말이겠지만 나에게는 이윤을 위한 말이다.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이윤의 왕으로써 숭고한 희생은 드라마에서 조차도 잊혀질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죽도록 괴로운 상황이 반복되어도 굴복하지 않았고 그 어떤 힘겨운 고난이 와도 이윤은 비굴해 보이지 않았다. 티끌 하나 뭍지 않은 이타적인 고귀한 진심이 있었으니깐. 최소한 나에게 이윤이 영웅이다.  


귀가 없는 세상에서 왕 이윤은 백성들에게 평화를 주었다. 그리고 인간 이윤은 모든걸 잃었다. 아무도 없는 궁안에서 이윤의 곁을 지켜주는건 혜령이 남긴 비녀뿐이다. 그 마음은 이윤 곁에 남겠지만 그래서 더 어쩌면 잔인하다. 현실에서 이윤은 정말로 제대로 살아갈 수 있었을까? 죽어야만 안식을 찾을 거 같은 공허한 이윤을 한번은 안아줄 수 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안아줄 수는 없는 내 이윤에 대한 위로는 이윤을 계속 기억해 주는 일 일것이다.






왕재의 의지가 없어도 귀를 죽일 수는 있다. 왕재의 의지는 미래에 대한 향한 일이다. 귀를 불러들인건 왕가이니 그 책임을 다 해야 하고 그 이후로 책임을 져야 한다. 귀를 몰아내고 나서 더 자기 마음대로 할 왕이라면 귀를 몰아낼 이유가 없어진다.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고 귀 앞에서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왕, 수호귀가 싸울 의지가 있다면 그 앞에서 방패막이 되고 그 등을 밀어주고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왕, 귀가 사라진 세상에서 귀 대신이 아니라 백성 대신해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왕... 그것이 왕재의 의지였다. 물론 처음부터 왕재의 의지를 강력하게 갖고 있던 이윤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그 비책에 적히지 않았어도 이윤은 그렇게 살아왔고 싸워왔다. 왕재의 의지라는 말로 그렇게 두리뭉실 설명하기에는 아까울정도로 넘치도록 말이다. 중요한 건 언제나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윤의 마음 가짐이다. 백성을 위한다고 싸워왔지만 결과적으로 과정 속에서 백성들의 희생을 지나왔다. 그 희생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피의 무게로 죄로 받아들이는 이윤은 너무나 훌륭한 왕이다. 그런 왕과 싸울 수 있어서 수호귀의 싸움이 더 수월할 수 있었고 그런 왕을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사는 백성들은 분명히 행복할 것이다. 








이윤은 힘으로 백성에게 군림하는 왕이 아니다. 지하궁 앞에서 신하들이 영상의 명령으로 자신을 향해 칼을 들어도 자신의 신하라서 베고 싶지 않은 이윤이다. 김성열에게도 언제나 부탁을 했다.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지만 마음은 백성의 눈높이 위에 있지 않았다. 어떤것도 강요하지 않았고, 어떤 선택도 비난하지 않는다. 모두의 인생에는 각자 이유가 있다는 걸 이윤은 인지하고 있었다. 자신이 왕은 아니니 왕 대접은 필요 없다 말하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도망갈 길을 마련해주고 자신과 같은 뜻을 함께 할 자에게는 함께 하자 길을 열어준다. 그렇게 이윤이 보여주는 왕으로써, 리더로써 나오는 위엄이 있어서 칼을 내려놓으라는 말에 모두들 멈출 수 밖에 없다. 이윤은 누구보다 귀라는 두려움 앞에 도망가지 않지 않는다. 가장 귀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왕의 자리에 내려와도 이윤은 왕이다. 오히려 그래서 더 진정한 왕일것이다. 왕의 권력이 없어도 사람 그 자체가 왕인 사람, 그것이 이윤이다. 







중전이 귀의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듣는다면 그건 수향일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윤은 이미 중전이 그러함을 짐작하고 있었다. 짐작에 대한 확인 사살을 받았지만 이윤의 마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혜령은 이윤에게 지키고 싶은 사람이고 강한 왕이 되고 싶은 이유이다. 사실 이윤이 혜령을 너무 믿는다고 생각했다. 혜령이 검은 도포를 주었지만 혜령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더 많이 있었음에도 이윤은 혜령 앞에서는 가장 솔직했다. 그 이유가 혜령이 보여준 자신의 아픔과 닮은 눈물이라고 했고 그걸 이해할 수는 있었지만 이런식으로 간단하게 윤혜령의 숨겨진 비밀이 전개되는 건 허탈한 감이 있었다. 이윤과 혜령의 관계는 요 근래 그 어떤 드라마의 관계보다 흥미 진진했다. 이윤과 혜령이 캐릭터의 존재감 역시 관계도 만큼 매력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윤혜령이 전개에 대해서 많은 기대와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서브 러브라인에 지독하게 불친절 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이고 희망인 관계인데도 그저 말 몇 번을 나눈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윤혜령의 사랑은 아무것도 없는 판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윤혜령을 마음에 두는 이유는 이 두 배우들 몫이 크다고 생각한다.

이윤은 참 외롭고 불쌍한 인생을 살아온 인물이다. 10살 그 어린나이에 유일하게 자기가 의지할 수 있는 어머니조차 자신의 곁을 떠나버렸다. 궁에서 오로지 혼자 남은 어린 이윤은 정치적인걸 넘어서 귀와 대적하기 위해 참아왔다. 그걸 길게 말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사람은 이 세상에서 어린 나이에 귀에게 팔려가 버텨야 했던 혜령이 유일할것이다. 이윤은 자신이 마음을 준 혜령이 사실은 귀의 사람이라는것보다, 귀의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는 혜령을 가여워 한다. 넓고 크고 깊은 사랑이다. 본인인 혜령이만큼 타인인 이윤은 혜령이의 아픔을 공감한다. 혜령이 갈구한건 왕 이윤이었지만 혜령을 추운 인생을 녹인건 따뜻한 그런 인간 이윤의 마음이었다. 이윤 역시 강력한 왕이 아니어도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는 혜령에게서 위로 받는다. 처음으로 윤혜령은 서로를 그저 한사람으로써 받아들였다. 그들이 갖고 있는 운명에 비해서 너무나 간단하게 풀어버린 것이 여전히 야속하지만 그렇지만 이 둘이 서로의 마음을 통해 흘리는 눈물만으로 충분했다. 절벽 벼랑 끝에서 두 사랑의 사랑은 그렇게 애달프게 피어 있다. 꺽이지 않으리라 믿었는데.... 가혹하게도 이것이 이 둘에게 허락된 유일함이었다.  










나는 언제나 학영이가 살길 바랬다. 귀가 세상에서 몰아낼 수 있는 힘은 표면적으로는 왕과 수호귀, 그리고 모계일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하고 그저 평범한 사람들의 든든한 몫이 있기를 바랬다. 그런 세상을 꿈꾸던 평범한 사람의 대표인 학영이 바뀐 세상 속에서 밝게 살기를 바랬다. 그래야 사람이 희망인 세상일테니깐. 하지만 이미 학영은 귀에게 물려 인간다움을 잃었고 그 인간다움을 찾을 수 있는 길은 이윤이었다. 자신의 절대군주이자 막역지우인 이윤... 이윤이 자신의 충신인 학영이 변하는 모습을 통해 귀를 없애고자 하는 방법의 틀림을 깨닫고 원래의 이윤으로 돌아왔듯이 학영 역시 이윤을 통해 백성 중에서 가장 뜻이 곧았고 용감했던 충신 학영으로 돌아왔다. 이 둘은 서로에게 절대적 존재고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 그래서 쉬이 이윤은 김성열의 제촉에도 불구하고 학영이 심장에 칼을 꽂을 수가 없다. 그런 군주의 마음을 아는 학영은 직접 이윤의 손을 끌어다가 자신의 심장을 겨냥한다. 죽는다면 이윤의 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학영이 죽음이 헛되지 않고, 학영이 역시 그나마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다고 봤지만 역시 이윤에게는 너무 잔인하다. 이윤의 손에 죽은 학영의 의지는 그렇게 깊은 여운으로 내 곁에 남을 것이다. 이렇게 까지 고통 받았음에도 귀를 자기 손으로 처리할 수 없는 이윤이 안타까우면서 말이다. 






이윤이 김성열과 일을 다시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김성열이 이윤에게 왕의 자리에 대해서 심사할 자격은 없다. 이윤은 끊임없이 자기의 생각를 보여주고 실천했다. 자신의 목숨을 내놓겠다는 말은 초반부터 한 캐릭터이고 이윤에게 귀를 없애는 일은 그냥 단순 개인의 복수가 아니다. 이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서 였다. 그들의 목숨을 담보로 왕의 자리에서 눈가리고 편하게 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없이는 애초에 시작할 수 없는 일이다. 이윤은 그냥 눈감고 편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이다. 굳이 이렇게 자신은 물론 주위에 소중한 사람들까지 희생하면서 개인적으로 얻어야 할 이득이 없다. 가만히만 있으면 이 나라의 왕이다. 그런 이윤이 움직이는거 그 자체가 이윤의 진심을 보여주는일이다. 초반의 김성열은 큰 대의를 위해서라면 양선이를 통해 거래를 할 수 있는 수호귀였지만 후반에는 그렇지 않다. 왕이 죽어도, 귀가 백성을 괴롭혀도 움직이지 않던 김성열이 움직인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양선이에 대한 사랑 때문이다. 그게 나쁜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김성열이 이윤을 시험하고 믿음을 보여달라고 요구할 자격은 없어 보인다. 오히려 이윤 앞에서 김성열이 자기가 귀와 다른 흡혈귀이고 나라를 백성을 위해 수호귀로써 사명이 존재함을 증명해야 되는데 얼렁뚱땅 그 역할은 바뀌어 있다. 결국 왕으로써 이윤의 확실한 믿음만 재확인 했다. 현조가 죽었어도, 자기가 이윤을 배신했어도, 무서운 귀 앞에서 꺽이지 않는 결의를 보여주는 이윤을 보는 김성열은 아무런 생각이 없다. 보통은 그런 이윤을 보면서 잊었던 자신의 수호귀로써 의무를 깨달아햐는데도 말이다. 결국 믿음을 보여 달라는 이윤의 말에 김성열은 아무런 믿음을 보여주지 않았는데도 이윤은 그래도 믿고 검은 도포를 돌려준다. 자신의 아내인 혜령의 잘못까지 사과도 하면서... 그렇게 다시 아무도 제대로 납득하지 못한 채 다시 이야기는 흘러가고 있다. 








이윤이 어떻게 다시 귀가 아니라 넓게 사람을 보게 될 지 궁금했는데 그 과정이 명확하지는 않았다. 원래의 이윤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가 학영이의 흡혈귀가 된 모습이라고 했지만 그걸 보고 고민하고 번민하는 과정이 삭제 된 채 그냥 말로만 그렇게 느꼈다 하고 전해주는 건 아쉬웠다. 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설득력은 언제나 이윤 그 자체이다. 이윤이니깐, 언제나 사람에 대해서 고민하던 이윤이니깐 그걸 절절히 혜령이 앞에서 고백하는걸 보니 그렇게 또 우리는 작가의 부실함을 이윤의 목소리로 이해하고 만다. 도포는 이윤과 혜령을 단단하게 하나로 연결시켜준 끈이 되어주어 이윤에게 그 목숨을 걸고 자신에게 도포를 준 혜령은 이제 자신이 지켜줘야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이윤을 속이고 있다는 생각하는 혜령에게 이윤이 보여주는 자신을 향한 마음은 고맙지만 그래서 더 두려운것이였다. 자신의 정체를 이윤이 나중에 알고서도 결코 잃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받은 혜령이다. 윤과 혜령은 그렇게 서로에게 유일해지고 있다.  





1회 1치욕은 기본으로 깔고 이윤은 그렇게 견디고 있다. 마음에 깊은 한으로 남은 할바마마인 현조를 부정하고 지켜주고 싶은 백성들에게 힘을 내세워 군림하라 선포시키는것도 모자라 귀는 대전으로 와 왕 앞에 앉아 철저하게 이윤을 자신에 꼭두각시로 만들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윤을 밑바닥까지 괴롭힐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귀의 행포는 참 잔인하다. 


왕...은... 말하노라... 왕.... 그렇다. 이윤은 왕...이다. 누구보다 진실은 훌륭한 왕이지만 누구보다 탐욕한 왕의 거짓을 내뱉는다.   



이 장면에서 창민이 연기가 좋았다. 발성, 발음, 표정까지 모두 다...이 사태를 막아낼 수 없는 좌절감이 담긴 눈동자와 함께 정확하고 명확한 발음은 왕의 위엄을, 떨리면서도 울분을 참는 목소리는 왕으로써 현재 위치를 너무나 안타깝게 보여줬다. 이 치욕을 다 견디면 이윤에게 뭐가 있을까? 이 장면을 본 그 당시에도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난 지금은 더 그렇다. 오히려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는거 같다. 윤이의 떨리는 손만큼 내가 그때 창민이를 통해 이윤의 굴욕감을 느꼈다로만 남을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한 예감만 든다.    





혜령이가 검은도포를 관련해서 어떻게 피해갈 지 궁금했다. 사람을 제대로 속이는 법은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는거라고 하는데 혜령은 명확하게 그걸 알았다. 대부분 혜령이 하는 이야기는 사실이었지만 교묘하게 진실을 감추고 있다. 이윤의 입장에서 목에 귀에게 겁박당한 자국이 남아 있는 혜령의 말을 믿게 되는것은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특히, 귀의 강력한 힘에 날개를 달아주는 검은 도포를 윤에게 주는것만으로 혜령이를 최철중과 같은 귀의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저혼자 지하궁으로 가서 죽겠다는 혜령의 말이 반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령은 최소 이윤을 희생시켜 자신이 살고 싶은 생각은 없는 중전이었다. 제대로 이윤이 왕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고, 이윤이 제대로 된 왕이 된다면 혜령이 권력을 탐하지 않아도 아비로부터 세상으로부터 귀로부터 보호막은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이다. 혜령이 더 이상 어떤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것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살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는것이다. 


혜령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자신을 돕게 되면서 윤에게 더욱더 마음이 아픈 것은 혜령이 귀 앞에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두려움에서 보호해주고 싶은 윤이의 마음이 어린시절에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귀의 옆에서는 김성열을 잡는 수단으로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보호받지 못했던 혜령이에게 강력한 울림을 주는 한 방이었다  


어명은 참 무거운 강제성을 가진 명령이다. 하지만 혜령에게 가지 말라는 이윤의 어명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이었다. 애초에 이윤을 연모해서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드라마가 산으로 가면서 깔아놓은 복선들을 무시하면서 달리고 있으니깐. 하지만 혜령이 권력욕이든, 연모이든 상관없을만큼 이윤의 품은 참 크고 넓다. 늘 두렵고 외로운 혜령이 인생의 유일한 신의 가장 큰 축복은 이런 이윤에 옆자리가 혜령의 자리라는 것이다. 평생 세상에서 제일 강력하고 진실된 어명이라는 보호 속에서 혜령이가 살아가면 좋겠다.  







백성이 생각하는 왕 이윤과 실제 왕 이윤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지 한방에 보여준 장면이다. 백성의 생각하는 이윤은 권력을 탐하고 백성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 이윤은 왕이 되었다는 것조차 실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만에 남들은 평생을 가도 겪지 못하는 일들을 겪었고 이제 윤이 곁에는 좌상과 중전 뿐이다. 실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좌상이 유일하고 아직 중전인 혜령은 윤이의 진짜 편인지 애매했다. 김성열이 양선이를 궁에서 빼돌려서 일어난 일에 대한 분노보다 이윤을 더 사로잡은 건 무력감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귀와 싸우기 위해서 살아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다시는 할 수 없는 일까지 전부 견디면서 부딪쳤지만 결국 주위사람들은 모두 희생 당했고 남은 건 원하지도 않았던 허울 뿐인 왕의 자리다. 껍데기 뿐인 왕의 타이틀안에서 이윤은 계속 작아지고 있었다. 어느 누가 이윤과 같은 시련을 겪고 금새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만일에 이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김성열에 대한 배신감과 귀에 대한 복수심에 당장 양선이를 데려다가 귀에게 바칠려고 했거나 아예 이 싸움 자체를 포기했겠지만 윤이는 달랐다. 이윤을 망설이고 고민하고 두려워 하고 있었다. 일평생 마음 속 벗이였던 서진이면서 자신이 불행하게 한 죄책감을 잊어 본 적이 없는 양선이를 가지고 다시 한번 모험을 하기에는 싸워야 할 귀의 커다른 벽은 높고 굳건하고 단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가능성이 이윤에게는 비책으로 남은 유일한 희망보다 실패했을 때 희생으로 먼저 다가왔다. 지금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거 자체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정도지만 언제나 포기하지 않았던 윤이의 강단을 알기에 지금의 무력감은 깊었고, 이윤의 좌절감의 크기가 창민이의 목소리 덕에 더 배가 되어 슬프게 다가왔다. 


혜령이가 윤이의 등을 밀어 준 것은 귀에게서 벗어 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이 더 커서였을거다. 물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왕이 될 이윤을 꿈꾸지만 그것이 꼭 이윤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자신을 위함이 가장 컸다. 처음으로 나는 이때 혜령에게서 자신을 위한 강한 욕망을 느꼈다. 귀랑 대적하는 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높을 정도로 분명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만일 윤이를 더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윤이가 가진 아픈 상처를 상기시켜 도전하라고 하지 않았을거 같다. 이윤과 같은 길을 가지만 혜령의 마음은 이윤 곁에 있지는 않았다. 그런 혜령의 말에 힘을 얻어 움직이는 이윤을 보니 곁에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이가 진정 아무도 없다는것이 새삼 깨달았다. 혼자 하는 이윤의 싸움은 결국 잠시 길을 잃었고 갈수록 외롭다.







귀에 대한 분노로 꾹 참는 이윤의 두손은 결국 귀 앞에 꿇어야 하는 무릎 아래 놓여질 뿐이다. 살려 달라고 구걸하는 이윤의 목소리에서 정말로 비굴함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윤의 원통함이 감춰진 이 목소리 안에는 살아서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이윤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여기까지는 굴욕적이라고 해도 이윤이 견뎌야 하는 무게를 따지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할아버지가 귀 앞에서 자결을 한 피가 윤이의 얼굴로 전달되었을 때는 정말로 치욕적인 느낌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윤이 이 걸 견뎌내고 나면 그러고 나서 정말 제대로 살아질 수 있을까 싶었다. 귀가 가진 압도적인 힘이라는게 사람을 물어 죽이는게 아니라 이런 상황 속에서 더 처절하게 와 닿았다. 인간의 존엄성을 바닥으로 끌어 내릴 수 있는 것이 귀였다. 그 앞에 윤은 귀가 속아 넘어갈 수 있을정도로 한심하게 무력했다. 이윤과 귀의 현재를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윤의 멘탈 걱정이 되었는데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벗이며 동료이고 충성스러운 신하인 학영이가 이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 자진 희생을 해서 들어왔다. 학영이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귀를 막아 설 수도, 그렇다고 귀에게 죽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윤에게 학영이는 그 몫은 자기가 감당하겠다는 듯이 귀를 도발한다. 그렇게 학영이가 귀에게 죽어가는 동안 이윤은 할 수 있는게 없다. 그저 이제는 귀를 속인다는 생각조차 못할정도로 무너져 내려 버린다. 어쩔 수 없이 죽은 학영이를 향해 몸이 향하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손이 떨린다. 하지만 그 마져도 귀는 허락하지 않았다. 


학영이는 살려주지... 학영이는 남겨주지... 지금도 이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왕가가 귀를 데려왔고 그거에 대한 책임도 왕가가 져야 하다지만 이윤에게 이건 너무 가혹하다. 혹시 귀를 처단하고 나서도 이윤은 함께 꿈꾸던 모두의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왕 이윤 말고 인간 이윤으로써 살 이유가 있었으면 좋을텐데... 정현세자비망록에 담긴 수호귀, 모계, 왕재의 의지 말고 그냥 일개 백성으로 노력했던 학영이가 살아 있는 세상이었으면 했다. 그 세상을 학영이가 보고 가지는 못했지만 결국 윤이가 학영에게 약속했던 충성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약속만큼은 지킨거 같다. 노학영 그는 이윤에게 마음 속 깊이 절대 충성할 수 있는 자신의 전하를 만났으니깐. 그런 전하를 만나고 그런 신하를 만났던 윤학영은 어쩌면 해피엔딩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지만 역시 함께 살았다면 좋았을걸... 


이 장면 속에 이윤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실제하듯 안쓰럽고 안쓰러워 나는 이걸 연기하는 심창민을 잊어버렸다. 그저 어떤 세상이 와도 행복할 수 없을 거 같은 이윤이 정말로 그럼에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라는 순간이었다. 


  





서진을 찾지 못한 이윤 앞에는 그렇게 지키고 싶은 할바마마의 모습이 아닌 편지 한 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바마마가 세손 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안에는 이윤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붉은 피만큼 진하고 아프게 적혀 있었다. 사실 나는 현조의 방법을 이윤이 따르는것에는 반대했다. 현조도 현조 나름대로 아들을 잃고 긴 인생 찾아온 방법이었지만 그건 이윤의 방법과는 달랐다. 백성을 희생 시키는것을 가장 두려워 하는 이윤이니깐. 하지만 현조의 마음은 이윤이 가슴 깊이 새겨 둘 말들이었다. 피의 무게... 이 드라마에서 윤이 만큼 그 무게감에 시달리는 캐릭터는 없을 것이다. 귀를 불러들인 왕가의 피로써의 책임감, 자신에게 희망을 걸고 그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 죽어갔던 목숨들의 피까지... 감히 감당할 수 있겠냐 묻기 어려울 만큼 이윤의 어깨는 무겁다. 그렇지만 그걸 내려 놓을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이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한번 더 할아버지가 남긴 피의 무게를 견디는 것 뿐이다. 


견딘다는 것은 참 보는 나 조차 힘든일이다. 무언가를 할 때는 하고 있으니깐 어떤 결과가 나올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지금 윤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속에 갇혀 버텨내는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이 어둠을 벗어날 길이 있는지, 그 길이 과연 끝이 있을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이윤의 손에 남은 건 결국 백성을 위하라는 할아버지가 왕으로써 남긴 유지뿐이다. 


어차피 오늘로써 귀를 잡을 해결책이 나올 수 없었다면 이 하루, 왕과 세손으로써 말고... 할아버지와 손자로써 남은 시간을 보냈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럴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모르고 원망했던 일들이 사실은 큰 사랑과 큰 뜻이 담겨 있던 할아버지 마음이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늘 남을 위해 울었던 윤이가 정말로 한번쯤 이 모든 아픔을 꾹꾹 담아 냈던 자신만을 위해 울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 깊은 통한들을 흘려 보내고 살았으면 좋겠다.    









당장 왕이면서 할아버지를 잃어야 하고, 앞으로도 귀에게 많은 백성을 잃어야 하는 이윤은 서진에 대한 비책이 유일하게 매달릴 희망이다. 이윤의 입장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상황이 아무런 죄가 없는 양선이의 목숨을 희생시켜야 하는 이윤이니깐 분명 이윤의 선택 자체는 잔인하다. 하지만 이윤이 지금 처한 상황에서 그 누구라도 자신이 이윤이라면 그 비책을 향해 달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윤이 아닌 제3자에 시청자에게 이윤의 심정을 전달해 주는건 심창민의 연기가 만들어 낸 이윤에게 의지를 해야 하는데 이때의 이윤의 절절함이 나에게는 잘 전해져 왔다. 


왜 하필 그 아이가 서진이고, 왜 자신은 그 아이를 바쳐야 하는 세손의 자리에 있는지에 대한 원망과 그럼에도 나라를 위해서 해야 하는 결단까지... 자신의 감당해야 하는 무게를 외면하지도 피하지도 않고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었다. 붉게 가득차는 슬픈 눈과 달리 김성열에게 단호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 마지막에 간절하게 부탁하는 목소리까지 이윤의 현재 복잡한 마음을 전부를 표현해줬다고 생각한다. 예고로 이 상황을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윤이가 너무 할아버지 말에 휘둘리는것이 아닌가 했지만 막상 볼 때는 이윤의 뜻이 이해 되었다. 날 설득 시킨 건 심창민의 힘이다. 


만일 서진을 잡았어도 윤이는 결국 제물로 양선이를 희생시키지 않았을것이다. 할아버지 현조나 절친인 학영이 그렇게 생각하듯 나 역시 그러하다. 힘든 상황에 내몰려서 흔들리는 이윤이지만 결국 중심이 바로 선 이윤은 곧게 설거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그 흔들림이 너무 오래 가지 않았으면 했을 뿐... 








제대로 한번 시작도 안해본 이윤-양선-성열의 삼각관계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 드라마의 러브라인의 중요한 축에서 이윤이 전혀 끼어들지 못한 채 성열과 양선은 사랑을 완성했다. 이 둘에게 이윤은 어떤 긴장감도, 고난도 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이윤이 성열과 양선의 사랑에 장애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끝나는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좀 허무한 일이기는 하다. 셋을 엮는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도 되지만 이윤이 세손 이윤으로써가 아니라 인간 이윤으로써 지켜온 감정들까지 함께 완전히 사라져야 하니깐. 양선의 모습에서 10년전 오래된 벗인 진이를 발견하고, 그래서 지나치지 못하고 돈도 갚아 위기에서 구해주고, 양선이 힘들 때 이야기도 들어주고, 자신이 힘들 때 양선에게도 힘을 얻었다. 전해 주지 못한 신발을 애틋하게 바라보면서 양선이가 탐라에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이윤이었지만, 결국 그 인연이 악연이 되어 양선에게 가장 소중한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 양선에게 이윤은 용서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이윤에게 양선은 더 짙게 마음 아픈 사람이었다.



내가 양선이 모습 중에 제일 좋아했던 건 이윤 앞에서였다. 이윤 앞에 양선이는 심지가 곧고, 똑똑하고, 배려심이 깊었다. 숨어 있는 뜻을 읽어 낼 줄 아는 아이였고, 이윤의 아우로써는 형님 이윤을 용서하지 못해도 백성의 양선으로써는 음란서생인 세손 이윤을 여전히 지지할 수 있는 아이였다. 그런 양선이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는게 좀 안타깝다. 이제 이윤에게 양선은 정인으로 만들고 싶은 이 세상에서 보호해주고 싶은 여자가 아니다. 그저 그리운 오래된 벗 서진이다. 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벗의 행복을 빌어주는것 뿐이라 담담히 양선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떠나 보내고 성열에게 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부탁한다. 이윤의 진심이 어떠하든 양선이는 자신이 서진이라는 것도, 이윤이 간절하게 찾는 벗인것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건 좀 슬픈일이다. 나중에 한 컷 정도 이윤의 이런 마음을 양선이 한번은 알아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 있었는데 양선에게 10년의 간절함이 담긴 윤이의 필갑이 선비님 밥상에 오를 호박전 보다 못했다. 


그래서 일까? 사랑의 욕심이 물들기전 양선이와 서진이를 깊이 아껴주던 이윤의 고운 마음을 서진이가 된 양선이는 기억해 주지 않겠지만 내가 알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한 흡혈귀였지만 인간으로써 살아온 성열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앞으로 살아갈 이유를 말해주는 큰 마음은 물론, 이윤의 이런 마음들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창민이의 연기까지 함께 말이다.  






몸을 던져 이윤을 구한 건 거짓이지만 혜령이 그로 인해 정신을 잃고 잠꼬대를 하는 내용은 진짜다. 혜령이도 사실은 본성은 착하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이였을텐데 아버지는 어린 딸을 그렇게 두지 않았다. 혜령의 아픈 고백으로 이윤은 처음으로 인간 혜령의 모습을 알게 된다. 비록 그 뒤에 윤이를 를 속이려고 하는 팔려가는 정략혼에 대한 이야기는 거짓이지만 말이다. 혜령이 거짓말이 얄밉지 않은 건 결국 그 거짓말이 흘러가는 방향이 이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윤이를 속여 고난을 겪게 한다거나, 함정에 빠트릴 의도는 혜령이 없다. 그냥 자기의 지긋지긋하고 무서운 이 현실의 동아줄이 윤이라 간절하게 잡았고 또한 그 동아줄인 윤이가 오히려 탄탄하길 바라니깐. 



자신을 위해 누군가 다치는 게 가장 큰 상처인 이윤에게 이 방법은 너무 잔인했고, 그 상처로 인해 걱정하는 윤이 마음의 틈새를 공략해서 혜령이가 들어 온 만큼 나는 혜령이 방법은 거짓이라도 마음은 진심이길 바란다. 그래서 여전히 예전부터 혼자 간직한 윤이에 대한 혜령이 마음이 여전히 궁금하다.   






도대체 윤혜령은 언제 이야기를 시작하는걸까 매번 궁금했는데 드디어 반이 넘어서 12회에 처음으로 이윤과 혜령은 마주친다. 반이 넘어서도 단 한번도 단 둘이 제대로 만나 본 적이 없는 커플, 어떻게 보면 역대급이겠다. 분명 시놉과 기획의도에 있는 커플인데 왜 이제까지 아무런 진행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나는 왜 혜령이 이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싶은지 그게 늘 궁금했다. 굳이 1년동안 윤이의 어머니 곁에서 환심을 살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귀가 정해주는 자리인데 일부러 접근했다고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윤이 절대힘을 갖고 있는 귀랑 대적하는 음란서생임을 알면서도 여전히 세손빈이 되고 싶은 이유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봤다. 권력욕을 이야기 하지만 귀가 정해준 권력이라는 건 귀가 손가락만 까딱 해도 무너지는 일이고 허무한 일이다. 그런 귀에게 대적하는 이윤 곁을 절대적으로 꼭 차지하고 싶은 건 이윤에 대한 개인적 마음이 아니면 불가능 하다. 심지어 윤이의 개인적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해 이렇게 자신의 목숨이 걸리는 일을 꾸미는것도 서슴치 않는다. 혜령이 이렇게 까지 윤이의 곁을 자신에 자리로 만드는것에 공들이는 마음의 시작이 궁금하지만 과연 이 드라마가 끝나는 날까지 알 수가 있을까? 


한동안 잠을 자지도 못했던 윤이가 혜령이 농담에 웃었다. 심지어 현재 자신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음란서생의 이야기로 말이다. 그게 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이라도 이윤은 음란서생으로써 느끼는 무거운 죄책감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작은 웃음 뒤에 또 다시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이 다치는 일이 생길지도 몰랐지만... 찰나의 행복 뒤에 바로 오는 깊은 고통... 윤혜령의 시작은 윤혜령을 닮았다. 그래서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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