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을 찾지 못한 이윤 앞에는 그렇게 지키고 싶은 할바마마의 모습이 아닌 편지 한 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바마마가 세손 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안에는 이윤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붉은 피만큼 진하고 아프게 적혀 있었다. 사실 나는 현조의 방법을 이윤이 따르는것에는 반대했다. 현조도 현조 나름대로 아들을 잃고 긴 인생 찾아온 방법이었지만 그건 이윤의 방법과는 달랐다. 백성을 희생 시키는것을 가장 두려워 하는 이윤이니깐. 하지만 현조의 마음은 이윤이 가슴 깊이 새겨 둘 말들이었다. 피의 무게... 이 드라마에서 윤이 만큼 그 무게감에 시달리는 캐릭터는 없을 것이다. 귀를 불러들인 왕가의 피로써의 책임감, 자신에게 희망을 걸고 그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 죽어갔던 목숨들의 피까지... 감히 감당할 수 있겠냐 묻기 어려울 만큼 이윤의 어깨는 무겁다. 그렇지만 그걸 내려 놓을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이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한번 더 할아버지가 남긴 피의 무게를 견디는 것 뿐이다. 


견딘다는 것은 참 보는 나 조차 힘든일이다. 무언가를 할 때는 하고 있으니깐 어떤 결과가 나올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지금 윤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속에 갇혀 버텨내는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이 어둠을 벗어날 길이 있는지, 그 길이 과연 끝이 있을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이윤의 손에 남은 건 결국 백성을 위하라는 할아버지가 왕으로써 남긴 유지뿐이다. 


어차피 오늘로써 귀를 잡을 해결책이 나올 수 없었다면 이 하루, 왕과 세손으로써 말고... 할아버지와 손자로써 남은 시간을 보냈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럴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모르고 원망했던 일들이 사실은 큰 사랑과 큰 뜻이 담겨 있던 할아버지 마음이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늘 남을 위해 울었던 윤이가 정말로 한번쯤 이 모든 아픔을 꾹꾹 담아 냈던 자신만을 위해 울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 깊은 통한들을 흘려 보내고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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