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쯤 인터뷰에서 아직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도전이 있다면서 뮤지컬을 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해보고 싶다고 이야기할 정도니깐 뮤지컬 진짜 하려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금방 잊었다. 동방신기 20주년 컴백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하지 않은 새로운 활동을 할 거 같다는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 순간, " 하겠구나...  뮤지컬...."  그리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시작했다. 

 

예매를 기다리면서, 예매를 하면서도 한 번도 내가 올출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라이트(?) 한 팬이었다. 아니, 같은 극을 1회도 2회도 3회도 아니고 17회를 봐? 심지어 비싼데? 대단하다 사람들... 남일처럼 생각했는데, 어떻게 하다가 내가 모든 공연을 보게 되는 코어팬(!!)이 된 건지 스스로도 너무 신기하다. 예매를 하다 보니 나는 신용카드가 있고, 평일 낮공연은 연차가 많이 남아 있어서, 평일 밤공연은 퇴근 후 지하철 가면 되니깐 하면서 세종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주말에는 창민이가 공연 있는데 집에 있을 이유가 없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하나 둘 그렇게 보다 보니 올출을 찍게 되었다.  1차 예매 때는 사실 팬인 내가 창민의 뮤지컬을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21년 차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뮤지컬을 하는 창민이를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 더 큰 상태로 예매했었다. 하지만 2차 예매 때부터는 그저 자연스럽게 창민의 뮤지컬을 보고 싶고 듣고 싶은 마음으로 전부 변해있었다.  

 

1년에 몇 번 정도 이벤트성으로 뮤지컬을 볼 때는 노래를 중점을 두고 봤던 거 같다. 연기를 신경 쓰면서 보지는 않았는데 막상 창민이 뮤지컬을 집중해서 보게 되니 노래 당연히 매우 중요하지만 연기 역시 그만큼 중요하게 나에게 다가왔다. 새삼스럽지만 나는 창민이의 연기를 좋아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오랜만에 심창민도 최강창민도 아닌 인물을 창민이를 통해 보고 있는 게 좋았다. 9살 블루가 자신을 구하러 오는 약속을 10년 넘게 잊지 않은 순진함, 며칠의 추억을 갖고 블루의 성공을 멀리서 바라보면서 다시 또 10년을 넘는 세월을 기다리는 우직함 , 40살이 넘어서도 한 번도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여행을 떠났다고 믿는 순수함도, 자신에게 아무도 아무것도 남지 않는 순간에 또다시 떠나 버린 블루를 이해하고 다시 찾아가서 어떤 상황에 있어도 끝까지 블루와 함께하는 진실함까지... 벤자민 인생을 돌아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 시간은 찰나에 불과했다. 스토리만 보면 어떻게 사람이 사랑하는 마음만을 품고 저런 선택과 믿음으로 살 수 있을까? 싶은데도, 창민이가 연기하는 벤자민은 나를 설득했다. 벤자민은 그런 사람인 거야 라고......하면서 자연스럽게 벤자민이 이해되고 그 마음에 몰입하게 되고 삶이 안타까웠다.  

 

창민의 뮤지컬 노래를 들으면서 어떤 날은 너무 좋았고, 어떤 날은 조금 아쉬운 날도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기대한 만큼 해줬고, 내가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잘했다. 나에게 창민의 최고의 뮤지컬을 만났냐고 하면 아직이라고 말하겠지만, 누군가가 창민의 뮤지컬 봐도 좋냐고 묻는 다면 그렇다고 대답 할 수 있다. 그렇게 내가 창민이 팬인지 모르는 친구에게 문화생활 하자면서 같이 보러 가기도 했고, 그런 친구의 눈물과 창민에 대한 관심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었다.

 

창민이가 자신은 도전을 즐기는 성격이 아니라고 했었는데, 나 역시 창민이가 새로운 걸 하게 되면 걱정이 앞서는 성격의 팬이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창민이는 내게 걱정은 우려였다는 걸 보여줬었고, 이번 뮤지컬 도전도 그러했다.  약 두 달간 즐거웠고 행복했었다. 창민이 보고 며칠 뒤에 또 창민이 만나고, 주중에 창민이 노래를 들었는데 주말에도 다시 들을 수 있는 날들이 신기하기도 했다. 두 달이라는 기간과 17회라는 공연 숫자가 길고 많게 느껴졌는데 막상 지나고 보니 순식간이었다.  창민이의 재능을 기반으로 한 노력과 성실이 만들어 준 결과는 한 번쯤 안 봐도, 하루쯤은 넘겨도 라는 생각 자체를 하게 해주지 않아서, 창민의 첫 뮤지컬 공연장에 시작부터 끝까지 보게 되어서 진심으로 좋았다. 

 

창민을 만나고 오면 언제나 앞으로도 오래 창민을 좋아하게 될 거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든다. 다른 가수들보다 사실 활동이 활발하지 않는데도, 꽤 많은 날들은 일 하라고!! 하면서 투덜투덜하면서도, 결국은 여전한 창민팬인 나로 있게 해 준 최강창민에게 마지막으로 하는 말도 언제나 늘 같다.

 

더 열심히 더 많이 더 자주 노래하고 활동해 줘. 창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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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끝나고 한 달이 넘은 시점에 쓰는 게으른 자의 주절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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