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말한 기억이 있지만 밤선비 드라마를 한다고 했을 때는 나는 성공 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더 많아 보였다. 흥행 요소보다는 불완전 요소가 더 많았고 결국 불완전 요소들은 제대로 터지지 못한 채 드라마를 표류하게 했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 자체가 대성공한 드라마가 아니라고 해도 남은게 있다. 바로 심창민의 이윤이다. 개인적 팬성향으로 창민이가 하는 그 어떤 활동도 응원한다. 물론 가장 좋아하고 내 마음을 울리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가수 최강창민이지만 그 외에 연예인으로써 창민이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배우로써 창민이가 욕심이 있다면 응원하는게 내 팬질 스탈이었다. 하지만 제대로 해냈으면 했다. 연기의 호불호는 있어도 왜 연기를 하냐는 말은 듣지 않았으면 했고 밤선비가 끝나고 나서 창민이는 그런 이야기를 듣지 않게 해줬다. 물론 기술적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파목과 영화 황금튀 단막극 미미 이렇게 3편을 연기 했지만 각자 텀이 길었고 제대로 연기 호흡을 꾸준히 간직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갖고 있는 감정을 제대로 포장하는 부분은 경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창민이 연기 경력은 빡빡한 드라마 스케줄 속에서 금새금새 완성되어 꺼내다 덜컹거리는 부분들이 가끔씩 툭 튀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가 창민이의 앞으로 연기를 믿고 기대할 수 있게 해주는 일명 연기감은 보여줬다. 창민이안에 있는 감성은 어느순간은 날 놀라게 하기까지도 했다. 그걸 제대로 보여줄 때 마다 나는 이윤에게 더 빠져들었다.  


이윤이 정말로 객관적으로 제대로 된 좋은 캐릭터냐고 묻는다면 나는 모르겠다이다. 안좋은 캐릭터는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수 있는 캐릭터는 분명이 아니었다. 보통 드라마는 여성시청자가 주시청자고 여성 시청자들이 가장 감정적으로 빠져드는 건 사랑 이야기다. 그 사랑 이야기에서 기획의도와는 다르게 이윤은 배제되어 있었다. 상황상 더 멋질 수 있고, 더 로맨틱하고, 더 설레일 수 있고, 더 안타까울 수 있었는데 모두 다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윤은 말로 움직이는 캐릭터였고 말은 시청자에게 각인이 되기 쉽지는 않다. 제대로 서로 파워싸움을 하는 흡혈귀들 사이에서는 더욱더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윤의 오뚝이 같은 의지도 강인하다 할 수있지만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제대로 한번도 그려주지 않으니 누구에게는 고난에 비해 너무 얕은 과정을 통해 오히려 감정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었다. 사건만 있고 그 사건 안에 깊이는 없었고 서브라는 포지션이 있던 이윤이 다른 캐릭터를 넘어서 중심적으로 주체가 되어서 행동 한다는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만일 드라마가 아니라 진짜 세상이면 이윤은 분명이 훨씬 더 사랑받고 인정받을 수 있었겠지만 드라마 속에 이윤에게는 많은 장벽들이 있었다. 

 

그 장벽들이 있음에도 이윤이 좋은 캐릭터로 기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는 이윤을 연기한 심창민 덕이다. 이윤이 1회 1눈물을 흘려도 짜증이 나거나 무력해보이지 않았다. 이윤이 양선이를 귀에게 바치겠다고 하면서 헤매이고 있을 때도 나는 이윤이 짜증나지 않았다. 혜령이와 상황으로 감정을 나누는 사랑이 아니라 말로 하는 설명의 사랑임에도 그 사랑이 허무하지 않았다. 모든 건 다 실체로 다가왔다. 여전히 이윤에 대한 아쉬움은 넘친다. 반복되는 고난만 나열이 아니라 하나의 고난이라도 제대로 애정있게 기상황에 맞게 그렸더라면 분명 더 좋았을거다. 양선이랑은 그렇다 쳐도 윤혜령이 이렇게 흘러가는건 너무나 아쉽다. 대본과 상황은 이윤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걸 연기하는 심창민이 내게 진심을 줬고 그 숨겨진 과정을 떠올리게 해줬다. 그래서 나는 이윤을 납득했고, 응원했고, 사랑했다. 지금도 윤이를 생각한다면 안타까울정도로. 



처음부터 이윤의 모든 장면에 글을 쓸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플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몇 자 적고 싶어지게 하는 이윤이었다. 이윤이 화면으로 딱 보여지는 장면 그 이상이 내게 전달되었다. 드라마 속에서는 그려지지 않은 이윤의 숨은 시간들이 속에 이윤을 말하고 싶었다. 물론 그러다가 11회 망조회를 기점으로 좀 꺽이고 밀리다 보니 골라서 쓰게 되었지만ㅎㅎ 20부라는 긴 드라마를 달리면서 내가 팬질의 의무감으로 이윤을 좋아할려고 노력하지 않게 해줘서, 그렇게 시청하게 해주지 않아서 창민이에게 고맙다. 이윤을 아쉽게 보내고 나서 내 마음에 담긴 건 심창민이 그리는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는 생각이다. 창민이가 하고 싶으면 해도 좋다가 아니라 팬인 내가 정말로 보고 싶어졌다. 더 좋은 대본에서 제대로 그렇게 말이다. 



창민아, 정말로 올 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 수염 달고 첫 사극 찍느라 수고했어. 너는 이윤 그 자체였다. 강인하지만 부드럽고, 유약하지만 나약하지 않고, 깊고 넓은 곧은 이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진심이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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