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조의 깊은 뜻을 알게 된 이윤은 현조와 함께 귀를 제대로 속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를 보는 눈도 예전과 다르게 따뜻하고 신뢰가 있다. 할아버지 역시 변한 이윤의 모습을 보고 흐뭇해 한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같은 아픔을 가지고도 서로를 상처 냈던 할아버지와 손주는 이제서야 드디어 한 배를 타기는 했는데 나는 이 배의 선장이 현조라는 것이 좀 애매하다. 이 배가 움직이는 방향이 이윤이 스스로 생각하고 갖고 있는 쪽인지가 명확하게 보여지지 않고 있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이윤은 좋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의지를 넘어 끌려가는 이윤은 아니였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좌절로 인해 배움으로 몸을 낮추고 있어 보이지만 말이다. 




양선이의 슬픔과 고통을 직접 보게 된 이윤은 고민은 커진다. 양선이가 어찌되냐 물었지만 양선이를 구해줄 수는 없다. 죽지 않는것은 다행이지만 양선이를 현재 자신이 구해서 특별 취급을 하게 되면 오히려 귀가 양선에게 더 집중하게 될테니깐. 그렇게 되면 양선이가 더 힘들어진다. 힘든 양선과 더 힘들어질 양선, 이윤의 선택지는 차악과 최악뿐이다. 잠시만 버텨달라 생각하면서 ... 





이번회에서 이윤에게 많은 절망과 슬픔과 자괴감이 있었지만 가장 슬프고 가장 와닿은 장면은 이 장면이었다. 결국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자결을 선택한 심복들, 이윤의 사람들... 이들에게는 살아 있을때는 함께 희망을 꿈꿨고, 죽어서도 자신들의 희망이 되어줄 사람은 이윤 뿐이다. 오로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살아 온 인생들의 죽음의 무게는 이윤에게 너무 무겁다. 

이윤이 좀 조심했다면 지켜줄 수 있었던 목숨일까,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 길을 갔어도 어쩔 수 없는 희생일까... 어느쪽이 맞는지는 여전히 명확한 답은 될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 이 길에 들어설 때 알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죽을 것이라는걸...그걸 각오하고서라도 함께 했고, 함께라서 용기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다짐 했어도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정말 죽을 수 있냐는 것은 다르다. 이윤의 사람들은 정말로 그러했다. 10년간 이윤이 사람들에게 준것은 결코 헛된 꿈도 아니었고, 가벼운 영웅심도 아니었다는 증거가 이 사람들이다. 죽어서도 이윤이 자기 뜻을 이어줄거라는 믿음, 그 믿음은 굳건한 만큼 이윤의 다음 행보는 좌절도 외면도 도망도 아니다. 아무리 최악이라도 다시 뜻을 세워 도전할 수 있는것, 그게 10년의 이윤이 살아온 삶의 빛나는 가치인거 같다. 

아무리 할아버지랑 함께, 혹은 성열이랑 다음의 길을 간다고 해도 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만큼 깊은건 없어 보인다. 아무것도 믿을것이 없는데도 그저 우리의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 믿으며 함께 뜻을 모았던 사람들... 그 뜻 모두를 이윤 짊어지고 또 다시 일어서겠지만 그 길이 더 외로울 거 같아서 안타깝다. 

이윤의 떨리는 손에서야 비로소 감겨진 이윤의 사람들이 편안하길 빈다. 




처음으로 이윤과 성열은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하고 서로를 바라본다. 한량으로 살아가는 세손과 돈 많은 미스테리한 선비 말고 오랫동안 같은 뜻을 품어 온 수호귀와 왕재로 말이다. 성열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이윤을 보고 놀라지만 이윤은 찾아 다닌 성열을 마주치고 천천히 성열을 인식해 간다. 한 20초간 눈빛으로만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 이윤의 눈을 분명히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있다. 많이 당황하지도 너무 놀라지도 않고 생각해 뒀던 사람을 만난 그 순간, 그때 나에게 말을 건 존재가 자네인가를 확인하는 긴장감을 주는 눈빛의 말이 보였다. 


다시 사라진 성열을 찾아 다니다 결국 흡혈귀로써도 죽음을 다 한 숙빈의 시체를 보게 된다. 결국 성열의 말은 사실이었고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할 수 있는 존재가 귀 말고 있다는걸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건 이윤에게 또 다른 고민이 될 것이다. 


극의 전체적 흐름과는 좀 상관없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억울하게 죽은 숙빈의 시체를 좋은의도라 해도 이런식으로 수단화 하는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걸까 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흡혈귀로 변한 숙빈을 무서워만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안타까워 해줘서 좋았다. 그게 이윤이라 더...창민이가 이윤을 그려내는 순간순간의 감정이 내게 이 드라마를 팬으로써 의무감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되게 보게 하는 힘이 된다. 계속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양선의 아비는 생각보다 강단이 있는 책쾌였다. 이미 약을 먹고 죽은 목숨이니 두려울 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강단이 있는 책쾌가 왜 세손에게 비망록을 애초에 전래주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걸 줘도 양선이를 데려다 키워도 상관이 없을텐데...원래 윤이거였던 그 비망록은 참 멀리멀리 오래 돌아 김성열 손에 쥐어쥔다. 그 와중에 왜 비망록을 누군가에게 줬다고 이야기 하는지도 참 모를이다. 귀가 모르는게 좋을텐데.. 하지만 양선의 아비가 보여주는 모습은 흡혈귀에 조복한 왕권이 얼마나 비겁한 왕권인지 단박에 보여준다. 백성의 피를 희생해서 위에 세워진 왕권이니깐. 그렇게 몇 백년을 살아왔다. 이제는 정말 더이상 이런 죽음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영선의 아비를 통해 보여준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귀는 결국 양선의 아비에 말에 발끈하여 다 보는 앞에서 죽이려 하지만 그걸 막아낸 건 이윤의 목소리다. 자신을 똑똑히 보라는 말에 현조는 마음 아프지만 이 상황을 어쩔 수 없다고 수긍하지만 이윤은 멈추라 말하면서 귀에게 이 자를 죽이지 않아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한다. 그 짧은 사이에도 이윤은 이 상황을 멈출 힘을 가졌다. 그래서 나는 현조가 좀 아쉽다. 현명하고 사려깊은 윤이의 팔과 다리를 전부 다 묶을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숙빈이 다시 살아날 거라는 미리 성열에게 들은 이윤은 그 자를 직접 봐야 했다. 9부 내내 멈춰 있던 윤이는 처음으로 그렇게 달렸다.  



































출처 : https://changmingreat.wordpress.com/2015/08/08/scan-%E6%9D%B1%E6%96%B9%E7%A5%9E%E8%B5%B7-sum-photo-card-link-order-httpsp-7netshopping-jpcddetail-accd1301297050subno1/


제목에 일본꺼!임을 써주는 센스..ㅋ.ㅋ

이정도는 우리나라에서도 팔아줘도 되는거 아닙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한글로 된거 들고 있잖앜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 나라에는 아직! 안나온거라고 믿겠어요.... 아티움에서 비디오도 틀었으니 굿즈도 내줘요.. 글고 이걸로 우리 다른 굿즈들도 다 바꿉시다요...ㅎ




처음으로 이윤이 귀를 만났다. 아니, 그것보다 먼저 윤이가 아버지를 만났다. 박제되어 10년동안 죽어도 죽지 못한 아버지 사동세자... 아버지의 그렇게 박제되어 있을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윤은 그냥 이 모든것이 슬프다. 10년전 그 어린 아이가 이제는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 이렇게 만났다. 그때 우물안에서 아버지를 꺼낼 수 없듯이 이윤은 매달려 있는 아버지를 내려줄 수 없다. 그 자괴감은 여전했다. 할아버지가 귀에게 인사를 드리라는 말이나 귀가 세손이 사동세자 보고 싶어 불렀다는 말 따위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슬프면서도 현실감이 존재하지 않는 표정이 지금 이 순간 오로지 이윤에게는 사동세자만 보이는 듯 했다. 보통 사람들은 충격을 받아 무너질 일이지만 윤이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 보다 더 한것도 견뎌왔으니깐. 오히려 도망하고 싶었던 아버지의 뜻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기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윤이를 보고 귀는 세손이 음란서생이냐고 묻자 이제까지 무력하게 자신의 무능함에 좌절하고 있던 이윤은 처음으로 예전의 이윤으로 돌아온다. 귀의 말에 비웃음을 날리며, 오히려 역으로 내가 음란서생이라는 증좌를 보여 달라 말한다. 증좌를 보여주고 날 죽이면 되지 않냐는 도발까지 함께 말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이윤이었다. 이윤을 흔들 수 있는 건 오로지 사람이라는걸 새삼 알았다. 





귀가 음란서생 세손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할아버지의 계획은 불필요하게 되었다. 차라리 죽을 수 있는 지금이 이윤에게는 더 행복한 일인것이다. 그 전에는 작기가 죽어도 자기 사람들을 살릴 수 없었지만 지금이라면 자기 목숨으로 자기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있다. 하지만 그 길을 현조는 꾸짖는다. 그런데 난 사실 현조의 말에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깟 심복들이라니... 심복들에게 그깟이라고 해 놓고 백성들을 어떻게 할거냐 하는건 앞뒤 말이 맞지 않는다. 차라리 너만은 지키겠다 하면서 죽는것도 마다하지 않은 심복들의 뜻이 뭔지 모르는것이냐 라는 게 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제까지 현조가 귀에게 조복한 척을 하고 세손을 강하게 키웠지만 좀 더 빨리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14살 어린 나이에도 혼자 이렇게 커왔다. 그것이 꼭 할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겠다라는 단순한 감정만은 아니었다.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고 싶어했다. 복수에 눈이 먼 어린아이가 아니라 제대로 이 나라를 위해, 백성을 위해서 일어선 아이다. 그런 이윤을 더 크게 키울 건 할아버지의 증오보다 할아버지의 믿음이었을 거 같다. 이윤의 젊은 정의감을 노련하게 적당히 시기에 넓혀줬으면 좋았을걸 이라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러면 또 드라마가 아닐테니깐. 언제나 외롭고 쓸쓸하던 이윤에게 할아버지 진심을 충분한 위로고 힘이다. 왕과 세손을 넘어 할아버지와 손자는 이제서야 함께 손을 잡았다.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 선에 있는 할아버지의 뜻이지만, 같은 뜻이라고 해도 할아버지 길을 따라가기 보다 이윤의 길을 세우는게 좋다고 느꼈던 대화였다. 이윤이 심복들을 위해, 자기 사람들을 위해 목숨도 버릴 수 있는 그 마음은 언제나 밑바탕에 존재하길 바란다. 너무나 사람답게 사람을 아끼는 이윤이 좋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윤이가 가장 오고 싶지 않았던 곳은 이곳이 아닐까 싶다. 아버지가 몇 일간 갇혀 죽어간 곳, 그곳에서 아바마마에게 물 한방울도 줄 수 없었던 아들로써 자괴감에 빠진 상처가 10년이 지난 지금도 치유되지 못했는데 그때와 똑같은 마음으로 아버지가 죽은 우물 앞에 서 있다. 양선이가 자신은 음란서생이라고 말하면서 바라는 눈빛은 분명 원망이었다. 학영과 양선의 다른점은 이것이다. 학영이는 이윤의 사람이고, 양선이는 이윤의 백성이다. 학영이는 알고 있다. 결코 윤이가 비겁해서, 무서워서 자신이 음란서생이라고 밝히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는것을, 지금도 계속 어떻게 하면 이 모두를 살릴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을거라는 걸 안다. 그래서 괜찮다 눈빛을 윤에게 보낼 수 있지만 양선이는 자신이 음란서생이라고 거짓을 고해도 묵묵히 있는 윤이는 어떤 면에서 비겁해 보인다. 왜 백성인 나에게 희망을 줘놓고 그 희망에 대답하지 않냐는 눈빛... 음란서생이라고 외치는 그 목소리와 원망의 눈빛에 윤이는 결국 무너지고 만다. 


10년전에도 이런 상실감을 똑같이 느꼈다. 그걸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 10년의 세월을 살아왔다. 외로웠고 괴롭고 고단했지만 그래도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자기 발걸음이 틀리지 않았을거라는 희망이 있었던 시절이었을거다. 손에 닿지 않는 아버지를 꺼내줄 수 없었던 무력감에서 벗어나 10년간 차곡차곡 희망의 밧줄을 엮어 왔는데 그걸 백성들에게 내려주기도 전에 잘려진건 단 하루면 충분했다.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아바마마를 살려달라고 매달려 울었다. 지금은 모든 걸 다 알아도 그저 눈물 흘리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차라리 아바마마를 잃고 마음껏 울기라도 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이 나아보일만큼 희망을 잃은 윤이는 인생의 가장 큰 절망이었던 이곳 말고 갈 곳이 없다.  



어떻게 하면 이윤이 견딜 수 있을까 고민되는 시간이 있을만큼 창민이가 보여주는 절망 앞에 이윤은 절절했다. 그 아픔이 느껴져서 더 안타까웠다. 내가 이윤이 끝까지 이윤답길 원하는 건 정말로 심창민의 이윤이 진짜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윤의 끝없는 고통의 시간이 헛되지 않고 꼭 이윤이 만든 해답으로 돌아오면 좋겠다. 





자신이 좋아하는 양선과 자신의 충직한 부하들의 추국장에서 서 있는 이윤은 힘이 없다. 마음은 이미 나서고 싶어도 니가 나서면 저 아이는 죽는다는 할아버지 말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외면하면서 고문을 말리고 싶은 그 마음을 주먹 쥐며 참아내는 것 뿐. 양선이는 윤이가 음란서생인걸 모르고 음란서생의 등을 밀어준 것을 후회할까? 이 순간,양선이가 떠올리는 자신의 말이 그때는 정말 진심이었지만 막상 희망이 현실이 되었을 때는 너무가 가혹했다. 그 상황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나 하나 희생을 하면 모두가 살 수 있다는 말... 나는 이 드라마에서 생명의 경중을 숫자로 나누는 일명 할아버지들의 설득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이 가장 지금의 인물들에게 설득력이 있다는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자신이 음란서생이라고 밝힐 수 없으니 끝까지 양선이가 부정해주길 바랬던 윤이였을텐데, 양선이는 결국 스스로 음란서생이라고 말하고 만다. 그 말을 듣고 사실은 제가 음란서생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이윤이지만 그 말을 한 것은 양선의 아버지였다. 아비를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은 죽겠다는 양선, 양선을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은 죽을 수 있다는 아비, 세손을 살릴 수 있다면 이 순간 모든 고통은 괜찮다는 학영, 이 모두를 살릴 수만 있다면 죽을 수 있지만 자신이 죽어도 모두를 살릴 수 없는 이윤. 

모두가 다 불쌍한 존재들이지만 자기 마음껏 사랑하는 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사 사람들은 오히려 그나마 어쩌면 덜 불행한지도 모르겠다. 윤이가 참고 있어도 모두 죽고, 참지 않아도 모두 죽는다. 자신이 죽어도 이들을 살릴 수 없고, 자신이 살아도 이들은 죽을 수 밖에 없다. 교수형에 처하라는 현조의 말을 막아설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매달릴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무력감의 고통을 윤이는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곧 자신의 부하들과 양선을 죄인으로 만나야 하는 이윤 앞에  정신적 지주인 아버지가 나타난다. 이제까지 음란서생의 길을 걸어오면서 아버지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생각하면서 10년을 버텼다. 이 길이 옳은가에 대해서는 언제나 고민해 왔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아버지의 죽어서도 지킨 그 신념은 이윤 안에서 계속 확인되고 확인되어 왔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이는 결국 아버지를 찾을 수 밖에 없다. 그 간절함이 너무 깊어 환상으로 까지 나타나 윤이를 독려 하지만 아바마마는 결국 윤이에게 답을 줄 수 없다. 

아바마마도 그 시절 이 고비를 넘어가지 못했고 결국 수하들과 같이 죽고 말았다. 윤이는 정말로 처절했다. 아바마마가 환상인지 아닌지 확인하려 하지도 않고 그저 무능한 자신을 비하하며 제발 방법을 알려달라고 간절하게 매달린다.사동세자가 그 물음에 이렇게 해서 수하들과 양선이와 아비를 살릴 수 있다고 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당장 윤이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 견디는 방법 밖에 없다는 듯 아바마마는 그저 힘겨운 아들 윤이 어깨만을 토닥이고 윤이가 그 아버지의 손길을 느낄 사이도 없이 사라졌다. 환상 속에서 조차 이윤의 현실은 냉혹하다. 

아바마마의 환상이 사라지고 난 궁안에서 화려한 용상 위에 붉은 눈을 하고 혼자 서 있는 윤이는 너무 작고 외로워 보였다. 나에게도 해답이 있다면 브라운관을 넘어 가서 알려주고 싶을 만큼.  

 









고화질은 옳습니다. 사랑합니다 ♥



드디어 세손과 성열이 만났다. 8부만에...!! 이제까지 밤선비를 보면서 특별히 연출이 좋다고 느껴본 적은 없는데 이 장면에서만은 좋았다. 성열에게 걸어가는 길에 꽃과 눈을 내리 까는 이윤의 얼굴이 스치는것도, 서서히 다가오는 버선발을 보여주는것도, 그리고 마지막에 이윤의 표정을 클로즈업 하는 것까지 좋았다. 경계하지만 다가서는 이윤과 모든 걸 알지만 숨을 수 밖에 없는 성열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준 연출이었다. 


김성열은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귀의 존재와 과거는 물론 이윤의 정체와 계획까지... 이윤과 한번도 제대로 마주한 적이 없지만 이윤의 계획에 동조할 만큼 믿고 있다. 하지만 이윤은 다르다.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만 알고 있을 뿐, 그의 존재가 사람인지, 흡혈귀인지, 어느정도까지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어떤 목적을 갖고 자신의 하는일을 돕는지 도통 아는게 없다. 이 싸움에서 조급한 건 이윤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우위에 서서 그 상황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었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성열 모르게 접근 하면서 하나 둘 씩 자신이 가졌던 의문에 사건을 해결한 주인공이 뒤에 숨어 있는 성열이라는걸 확인했다. 그 이후에 이 판을 완전히 이윤쪽으로 끌어 당겼다. 윤이의 발걸음은 성열의 말로는 막을 수 없었다. 누군지도 모르니 그저 말 몇 마디로는 믿을 수도 없다. 이윤에게 자신의 일을 돕는다는 이유로 성열의 말을 들어야 할 이유보다 경계해야 하고 확인해야 하는게 더 중요한 일이였다. 결국 성열이 막지 못한 윤이의 발걸음은 현조의 출연으로 끝까지 가지 못했다. 



창민이의 연기 중에 몇 몇 장면들은 유난히 마음에 드는데 이 장면 역시 그렇다. 성열의 정체를 확인할 때 정말 궁금해서 묻는게 아니였다. 본능적으로 그 일을 한 자가 뒤에 숨어 있는 자라는걸 알고 재확인 하는 목소리였다. 그럼에도 모든걸 알고 있는 자를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표정으로 보여줬다. 제일 좋았던 건 다가오지 말라는 성열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는, 믿음은 그 후에 쌓자면서 다가설 때 표정과 목소리였다. 정말 완벽하게 그 위에서 군림하고 있는 군주였다. 강렬한 표정이나 큰 목소리로 만들어 내는 카리스마가 아니라 조용히 상대방을 압박하고, 자신이 정한 뜻은 굽히지 않을 이윤 자체가 풍기는 카리스마라는 게 이런거구나 생각했다. 


심창민의 이윤이 정말 갈수록 좋아진다. 



Episode 8 - #1. 수색대를 동원해 일대를 다 찾아보았사온데, 흔적도 없사옵니다.




Episode 8 - #2. 이틀 뒤 거사를 도모할것이니 준비하게.




Episode 8 - #3. 나는 지금부터 궁에 사는 흡혈요괴 귀와 맞서려 한다.




Episode 8 - #4. 이 어미에게 하나밖에 없는 아들까지 앞세우게는 하지 마세요.



Episode 8 - #5. 나도 죽음이 두렵네.



Episode 8 - #6. 자네의 정체를 아는 것이 우선이네. 믿음은...그 후에 쌓도록 하지.



Episode 8 - #6. 드디어 사특한 음란서생과 그 무리들을 모두 잡아들일 수 있게 됐다.



Episode 8 - #7. 그 자는 음란서생과 내통한 죄로 추포되었습니다. 



Episode 8 - #8. 그 아이는 음란서생이 아닙니다. 음란서생은 소손이옵니다.

20150730 밤을 걷는 선비 8회 이윤_심창민_최강창민 캡쳐 모음



어쩌면 다시는 오지 못할 궁안을 둘러보는 이윤의 마음은 복잡하다. 내려놓겠다 한 자리였지만 제대로 된 나라였다면 세손으로 그 자리에 이윤만큼 어울리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세손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고, 얼마나 훌륭한 왕재인지 학영은 누구보다 알고 있다. 그런 이윤이 혹시나 죽는다면 이 나라에 희망은 더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학영은 간청할 수 밖에 없다. 앞에 서는 일은 잠시 저에게 맡겨 달라고... 하지만 윤이는 허락할 수 없다. 윤이의 말처럼 그 일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귀와 결탁해 백성의 피로 권력을 지켜온 왕가의 사람만이 이 나라의 백성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단지 학영이 이윤이 왕재로써 훌륭해서 자청하여 자신의 목숨을 대신 내놓게 될 수도 있는 일을 하겠다고 한 것은 아닐것이다. 자신이 과거 아버지 일로 비탄에 빠져 세상과 싸우려고 할 때, 자신의 상처를 만져주고 이끌어 주던 유일한 사람이었던 윤이와의 10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로 외롭고 지치고 무섭지만 희망을 잃지 않았던 10년의 벗이며, 동료이고, 군주였다. 그런 둘의 쌓아둔(언젠가 보여줄거라 믿는) 시간이 만들어 준 학영만의 충성심은 "나의" 세손저하 라는 말이 참 어울린다. 



윤이가 직접적으로 밑바닥 감춰뒀던 죽음이 두렵다는 말을 할 수 있는 벗이자, 동료며, 신하인 학영이 오래오래 윤이 곁에 그대로 있어주길 바란다. 





이윤에게도 어머니가 있을텐데 안나오길래 그냥 퓨전사극이라 극에 필요없는 관계는 생략 한건가 했다. 20대가 지난 나이에 아직 결혼을 안한 세손설정처럼. 하지만 윤에게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 믿을 수 없는 할아버지 말고 거사전에 만나고 싶은 살아 있는 진짜 가족이 있어서 좋았다. 이상하게 윤이를 보면 밝은 낮에 봐도 어두움이 있었는데 어머니를 만날 때는 달랐다. 따뜻한 찻상을 사이에 둔 어미니와 아들 사이에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큼 따뜻하고 좋았다. 물론 아들에 대한 애절하고 간절한 부탁에 쉬이 그러겠다고 대답할 수 없는 윤이는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말이다. 


이 둘의 소중한 만남에 끼어 든 사람이 혜령이라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윤혜령의 관계는 일절 스포가 없어서 어떻게 흘러갈 지 예상이 안된다. 혜령이 왕의 여자로 살고 싶다고 먼저 귀에게 제안했던것도 예상외였는데 이 만남은 더 그랬다. 1년이나 윤이의 어머니와 친분을 맺고 있었다니... 혜령은 알고보면 더 오래전부터 윤이 곁에 머물러 있었다. 혜령이 진정 이렇게 까지 하면서 간절이 원하는 건 왕의 여자일까? 아니면 윤이의 여자일까?

 

혜령도 알고보면 안타까운 인생을 사는 아이라서 나는 혜령에게 희망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록 그 희망을 이루는 방법이 보통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방법은 아닐지라도, 그 마음만은 진짜 였으면 좋겠다. 이 이야기 속 세상에서 귀의 약속만큼 허무한게 없고, 귀가 정해준 권력만큼 비굴한게 없다. 그걸 끊어내는 방법으로 윤이에게 희망을 걸어 본 걸수도 있고, 아니면 윤이를 남몰래 과거에 혼자 사모해서 윤이 옆자리에 서고 싶은 간절함일 수도 있다. 어떤것이든 혜령의 인생에 빛의 길로 가는 통로였으면 좋겠다. 


윤이가 나중에 혜령이 최철중의 여식이고, 귀의 사람인걸 알게 되면 아마 상처일 것이다. 윤도, 혜령도, 어머니도...그래서 일부러 접근했지만 본심은 진짜여야 가뜩이나 상처만 가득한 인생들이 덜 다칠 수 있을테니깐.  





이 나라에 숨겨진 진실을 알았을 때는 10대의 어린 아이였다. 10년이 지나도 20대초반 푸른 젊은 나이인데 그저 그 어린 인생은 고단하고 무거웠다. 10년을 이 글을 쓰기 위해 지나온 그런 인생이 한자 한자 적어 내려갈 때마다 생각 났을 거 같다. 몇 백년간 숨겨진 진실을 세상에 앞장서 내거는 결단의 단호함은 순간 보여지는 창민이의 깊은 눈빛 하나만으로 충분히 전해졌다. 



 




완벽하게 이윤 앞에서 사라졌던 최도갑이 돌아왔다. 자기발로 돌아온 것은 좋았는데 그의 깊은 후회는 역시 윤이 앞에서 했다면 좋았겠다. 최도갑의 마음을 들어야 할 사람은 이윤이데 윤이가 들은 건 사동세자의 역적에 대한 거짓 자복의 증좌였다. 최도갑이 윤에게 숨겨온 과오를 말하는것 자체가 물론 반성의 의미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쉽기는 하다.   

어떤 증좌를 손에 넣었다고 해도 윤이의 깊은 고민을 해결해 주기는 어렵다. 최도갑은 아무리 급해도 같이 지내는 동안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세손이 정말 진심을 다해 해결해 나갈거라고 믿어가고 있다. 이윤처럼 주고자 하는 신뢰가 간절한 진실이면 최도갑처럼 사람들은 믿고 따른다.   



번역 : 돖드립 토마토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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