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한번 시작도 안해본 이윤-양선-성열의 삼각관계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 드라마의 러브라인의 중요한 축에서 이윤이 전혀 끼어들지 못한 채 성열과 양선은 사랑을 완성했다. 이 둘에게 이윤은 어떤 긴장감도, 고난도 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이윤이 성열과 양선의 사랑에 장애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끝나는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좀 허무한 일이기는 하다. 셋을 엮는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도 되지만 이윤이 세손 이윤으로써가 아니라 인간 이윤으로써 지켜온 감정들까지 함께 완전히 사라져야 하니깐. 양선의 모습에서 10년전 오래된 벗인 진이를 발견하고, 그래서 지나치지 못하고 돈도 갚아 위기에서 구해주고, 양선이 힘들 때 이야기도 들어주고, 자신이 힘들 때 양선에게도 힘을 얻었다. 전해 주지 못한 신발을 애틋하게 바라보면서 양선이가 탐라에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이윤이었지만, 결국 그 인연이 악연이 되어 양선에게 가장 소중한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 양선에게 이윤은 용서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이윤에게 양선은 더 짙게 마음 아픈 사람이었다.



내가 양선이 모습 중에 제일 좋아했던 건 이윤 앞에서였다. 이윤 앞에 양선이는 심지가 곧고, 똑똑하고, 배려심이 깊었다. 숨어 있는 뜻을 읽어 낼 줄 아는 아이였고, 이윤의 아우로써는 형님 이윤을 용서하지 못해도 백성의 양선으로써는 음란서생인 세손 이윤을 여전히 지지할 수 있는 아이였다. 그런 양선이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는게 좀 안타깝다. 이제 이윤에게 양선은 정인으로 만들고 싶은 이 세상에서 보호해주고 싶은 여자가 아니다. 그저 그리운 오래된 벗 서진이다. 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벗의 행복을 빌어주는것 뿐이라 담담히 양선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떠나 보내고 성열에게 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부탁한다. 이윤의 진심이 어떠하든 양선이는 자신이 서진이라는 것도, 이윤이 간절하게 찾는 벗인것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건 좀 슬픈일이다. 나중에 한 컷 정도 이윤의 이런 마음을 양선이 한번은 알아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 있었는데 양선에게 10년의 간절함이 담긴 윤이의 필갑이 선비님 밥상에 오를 호박전 보다 못했다. 


그래서 일까? 사랑의 욕심이 물들기전 양선이와 서진이를 깊이 아껴주던 이윤의 고운 마음을 서진이가 된 양선이는 기억해 주지 않겠지만 내가 알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한 흡혈귀였지만 인간으로써 살아온 성열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앞으로 살아갈 이유를 말해주는 큰 마음은 물론, 이윤의 이런 마음들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창민이의 연기까지 함께 말이다.  






몸을 던져 이윤을 구한 건 거짓이지만 혜령이 그로 인해 정신을 잃고 잠꼬대를 하는 내용은 진짜다. 혜령이도 사실은 본성은 착하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이였을텐데 아버지는 어린 딸을 그렇게 두지 않았다. 혜령의 아픈 고백으로 이윤은 처음으로 인간 혜령의 모습을 알게 된다. 비록 그 뒤에 윤이를 를 속이려고 하는 팔려가는 정략혼에 대한 이야기는 거짓이지만 말이다. 혜령이 거짓말이 얄밉지 않은 건 결국 그 거짓말이 흘러가는 방향이 이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윤이를 속여 고난을 겪게 한다거나, 함정에 빠트릴 의도는 혜령이 없다. 그냥 자기의 지긋지긋하고 무서운 이 현실의 동아줄이 윤이라 간절하게 잡았고 또한 그 동아줄인 윤이가 오히려 탄탄하길 바라니깐. 



자신을 위해 누군가 다치는 게 가장 큰 상처인 이윤에게 이 방법은 너무 잔인했고, 그 상처로 인해 걱정하는 윤이 마음의 틈새를 공략해서 혜령이가 들어 온 만큼 나는 혜령이 방법은 거짓이라도 마음은 진심이길 바란다. 그래서 여전히 예전부터 혼자 간직한 윤이에 대한 혜령이 마음이 여전히 궁금하다.   






도대체 윤혜령은 언제 이야기를 시작하는걸까 매번 궁금했는데 드디어 반이 넘어서 12회에 처음으로 이윤과 혜령은 마주친다. 반이 넘어서도 단 한번도 단 둘이 제대로 만나 본 적이 없는 커플, 어떻게 보면 역대급이겠다. 분명 시놉과 기획의도에 있는 커플인데 왜 이제까지 아무런 진행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나는 왜 혜령이 이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싶은지 그게 늘 궁금했다. 굳이 1년동안 윤이의 어머니 곁에서 환심을 살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귀가 정해주는 자리인데 일부러 접근했다고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윤이 절대힘을 갖고 있는 귀랑 대적하는 음란서생임을 알면서도 여전히 세손빈이 되고 싶은 이유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봤다. 권력욕을 이야기 하지만 귀가 정해준 권력이라는 건 귀가 손가락만 까딱 해도 무너지는 일이고 허무한 일이다. 그런 귀에게 대적하는 이윤 곁을 절대적으로 꼭 차지하고 싶은 건 이윤에 대한 개인적 마음이 아니면 불가능 하다. 심지어 윤이의 개인적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해 이렇게 자신의 목숨이 걸리는 일을 꾸미는것도 서슴치 않는다. 혜령이 이렇게 까지 윤이의 곁을 자신에 자리로 만드는것에 공들이는 마음의 시작이 궁금하지만 과연 이 드라마가 끝나는 날까지 알 수가 있을까? 


한동안 잠을 자지도 못했던 윤이가 혜령이 농담에 웃었다. 심지어 현재 자신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음란서생의 이야기로 말이다. 그게 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이라도 이윤은 음란서생으로써 느끼는 무거운 죄책감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작은 웃음 뒤에 또 다시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이 다치는 일이 생길지도 몰랐지만... 찰나의 행복 뒤에 바로 오는 깊은 고통... 윤혜령의 시작은 윤혜령을 닮았다. 그래서 안쓰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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