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령이가 검은도포를 관련해서 어떻게 피해갈 지 궁금했다. 사람을 제대로 속이는 법은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는거라고 하는데 혜령은 명확하게 그걸 알았다. 대부분 혜령이 하는 이야기는 사실이었지만 교묘하게 진실을 감추고 있다. 이윤의 입장에서 목에 귀에게 겁박당한 자국이 남아 있는 혜령의 말을 믿게 되는것은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특히, 귀의 강력한 힘에 날개를 달아주는 검은 도포를 윤에게 주는것만으로 혜령이를 최철중과 같은 귀의 사람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차라리 저혼자 지하궁으로 가서 죽겠다는 혜령의 말이 반은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혜령은 최소 이윤을 희생시켜 자신이 살고 싶은 생각은 없는 중전이었다. 제대로 이윤이 왕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고, 이윤이 제대로 된 왕이 된다면 혜령이 권력을 탐하지 않아도 아비로부터 세상으로부터 귀로부터 보호막은 자연스럽게 생기기 때문이다. 혜령이 더 이상 어떤 목적을 위해 행동하는것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대로 살아도 되는 그런 날이 올 수 있는것이다. 


혜령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자신을 돕게 되면서 윤에게 더욱더 마음이 아픈 것은 혜령이 귀 앞에 깊은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두려움에서 보호해주고 싶은 윤이의 마음이 어린시절에는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귀의 옆에서는 김성열을 잡는 수단으로 살아오면서 단 한번도 누군가에게 보호받지 못했던 혜령이에게 강력한 울림을 주는 한 방이었다  


어명은 참 무거운 강제성을 가진 명령이다. 하지만 혜령에게 가지 말라는 이윤의 어명은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따뜻함이었다. 애초에 이윤을 연모해서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드라마가 산으로 가면서 깔아놓은 복선들을 무시하면서 달리고 있으니깐. 하지만 혜령이 권력욕이든, 연모이든 상관없을만큼 이윤의 품은 참 크고 넓다. 늘 두렵고 외로운 혜령이 인생의 유일한 신의 가장 큰 축복은 이런 이윤에 옆자리가 혜령의 자리라는 것이다. 평생 세상에서 제일 강력하고 진실된 어명이라는 보호 속에서 혜령이가 살아가면 좋겠다.  







백성이 생각하는 왕 이윤과 실제 왕 이윤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지 한방에 보여준 장면이다. 백성의 생각하는 이윤은 권력을 탐하고 백성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 이윤은 왕이 되었다는 것조차 실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만에 남들은 평생을 가도 겪지 못하는 일들을 겪었고 이제 윤이 곁에는 좌상과 중전 뿐이다. 실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좌상이 유일하고 아직 중전인 혜령은 윤이의 진짜 편인지 애매했다. 김성열이 양선이를 궁에서 빼돌려서 일어난 일에 대한 분노보다 이윤을 더 사로잡은 건 무력감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귀와 싸우기 위해서 살아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다시는 할 수 없는 일까지 전부 견디면서 부딪쳤지만 결국 주위사람들은 모두 희생 당했고 남은 건 원하지도 않았던 허울 뿐인 왕의 자리다. 껍데기 뿐인 왕의 타이틀안에서 이윤은 계속 작아지고 있었다. 어느 누가 이윤과 같은 시련을 겪고 금새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만일에 이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김성열에 대한 배신감과 귀에 대한 복수심에 당장 양선이를 데려다가 귀에게 바칠려고 했거나 아예 이 싸움 자체를 포기했겠지만 윤이는 달랐다. 이윤을 망설이고 고민하고 두려워 하고 있었다. 일평생 마음 속 벗이였던 서진이면서 자신이 불행하게 한 죄책감을 잊어 본 적이 없는 양선이를 가지고 다시 한번 모험을 하기에는 싸워야 할 귀의 커다른 벽은 높고 굳건하고 단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가능성이 이윤에게는 비책으로 남은 유일한 희망보다 실패했을 때 희생으로 먼저 다가왔다. 지금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거 자체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정도지만 언제나 포기하지 않았던 윤이의 강단을 알기에 지금의 무력감은 깊었고, 이윤의 좌절감의 크기가 창민이의 목소리 덕에 더 배가 되어 슬프게 다가왔다. 


혜령이가 윤이의 등을 밀어 준 것은 귀에게서 벗어 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이 더 커서였을거다. 물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왕이 될 이윤을 꿈꾸지만 그것이 꼭 이윤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자신을 위함이 가장 컸다. 처음으로 나는 이때 혜령에게서 자신을 위한 강한 욕망을 느꼈다. 귀랑 대적하는 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높을 정도로 분명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만일 윤이를 더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윤이가 가진 아픈 상처를 상기시켜 도전하라고 하지 않았을거 같다. 이윤과 같은 길을 가지만 혜령의 마음은 이윤 곁에 있지는 않았다. 그런 혜령의 말에 힘을 얻어 움직이는 이윤을 보니 곁에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이가 진정 아무도 없다는것이 새삼 깨달았다. 혼자 하는 이윤의 싸움은 결국 잠시 길을 잃었고 갈수록 외롭다.







귀에 대한 분노로 꾹 참는 이윤의 두손은 결국 귀 앞에 꿇어야 하는 무릎 아래 놓여질 뿐이다. 살려 달라고 구걸하는 이윤의 목소리에서 정말로 비굴함을 느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윤의 원통함이 감춰진 이 목소리 안에는 살아서 후일을 도모해야 하는 이윤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여기까지는 굴욕적이라고 해도 이윤이 견뎌야 하는 무게를 따지면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할아버지가 귀 앞에서 자결을 한 피가 윤이의 얼굴로 전달되었을 때는 정말로 치욕적인 느낌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이윤이 이 걸 견뎌내고 나면 그러고 나서 정말 제대로 살아질 수 있을까 싶었다. 귀가 가진 압도적인 힘이라는게 사람을 물어 죽이는게 아니라 이런 상황 속에서 더 처절하게 와 닿았다. 인간의 존엄성을 바닥으로 끌어 내릴 수 있는 것이 귀였다. 그 앞에 윤은 귀가 속아 넘어갈 수 있을정도로 한심하게 무력했다. 이윤과 귀의 현재를 아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윤의 멘탈 걱정이 되었는데 고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일하게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벗이며 동료이고 충성스러운 신하인 학영이가 이 사태를 마무리 짓기 위해서 자진 희생을 해서 들어왔다. 학영이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귀를 막아 설 수도, 그렇다고 귀에게 죽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윤에게 학영이는 그 몫은 자기가 감당하겠다는 듯이 귀를 도발한다. 그렇게 학영이가 귀에게 죽어가는 동안 이윤은 할 수 있는게 없다. 그저 이제는 귀를 속인다는 생각조차 못할정도로 무너져 내려 버린다. 어쩔 수 없이 죽은 학영이를 향해 몸이 향하고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손이 떨린다. 하지만 그 마져도 귀는 허락하지 않았다. 


학영이는 살려주지... 학영이는 남겨주지... 지금도 이런 생각이 든다. 아무리 왕가가 귀를 데려왔고 그거에 대한 책임도 왕가가 져야 하다지만 이윤에게 이건 너무 가혹하다. 혹시 귀를 처단하고 나서도 이윤은 함께 꿈꾸던 모두의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왕 이윤 말고 인간 이윤으로써 살 이유가 있었으면 좋을텐데... 정현세자비망록에 담긴 수호귀, 모계, 왕재의 의지 말고 그냥 일개 백성으로 노력했던 학영이가 살아 있는 세상이었으면 했다. 그 세상을 학영이가 보고 가지는 못했지만 결국 윤이가 학영에게 약속했던 충성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약속만큼은 지킨거 같다. 노학영 그는 이윤에게 마음 속 깊이 절대 충성할 수 있는 자신의 전하를 만났으니깐. 그런 전하를 만나고 그런 신하를 만났던 윤학영은 어쩌면 해피엔딩이라고 애써 의미를 부여한다. 그렇지만 역시 함께 살았다면 좋았을걸... 


이 장면 속에 이윤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 실제하듯 안쓰럽고 안쓰러워 나는 이걸 연기하는 심창민을 잊어버렸다. 그저 어떤 세상이 와도 행복할 수 없을 거 같은 이윤이 정말로 그럼에도 행복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바라는 순간이었다. 


  





서진을 찾지 못한 이윤 앞에는 그렇게 지키고 싶은 할바마마의 모습이 아닌 편지 한 통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바마마가 세손 윤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안에는 이윤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붉은 피만큼 진하고 아프게 적혀 있었다. 사실 나는 현조의 방법을 이윤이 따르는것에는 반대했다. 현조도 현조 나름대로 아들을 잃고 긴 인생 찾아온 방법이었지만 그건 이윤의 방법과는 달랐다. 백성을 희생 시키는것을 가장 두려워 하는 이윤이니깐. 하지만 현조의 마음은 이윤이 가슴 깊이 새겨 둘 말들이었다. 피의 무게... 이 드라마에서 윤이 만큼 그 무게감에 시달리는 캐릭터는 없을 것이다. 귀를 불러들인 왕가의 피로써의 책임감, 자신에게 희망을 걸고 그 희망을 지키기 위해서 죽어갔던 목숨들의 피까지... 감히 감당할 수 있겠냐 묻기 어려울 만큼 이윤의 어깨는 무겁다. 그렇지만 그걸 내려 놓을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이윤이 할 수 있는 일은 다시 한번 더 할아버지가 남긴 피의 무게를 견디는 것 뿐이다. 


견딘다는 것은 참 보는 나 조차 힘든일이다. 무언가를 할 때는 하고 있으니깐 어떤 결과가 나올거라는 희망이라도 있지만 지금 윤이는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속에 갇혀 버텨내는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이 어둠을 벗어날 길이 있는지, 그 길이 과연 끝이 있을지 그 어떤 것도 알 수 없다. 아무런 희망이 없는 이윤의 손에 남은 건 결국 백성을 위하라는 할아버지가 왕으로써 남긴 유지뿐이다. 


어차피 오늘로써 귀를 잡을 해결책이 나올 수 없었다면 이 하루, 왕과 세손으로써 말고... 할아버지와 손자로써 남은 시간을 보냈다면 좋았을텐데 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럴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모르고 원망했던 일들이 사실은 큰 사랑과 큰 뜻이 담겨 있던 할아버지 마음이라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늘 남을 위해 울었던 윤이가 정말로 한번쯤 이 모든 아픔을 꾹꾹 담아 냈던 자신만을 위해 울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 깊은 통한들을 흘려 보내고 살았으면 좋겠다.    









당장 왕이면서 할아버지를 잃어야 하고, 앞으로도 귀에게 많은 백성을 잃어야 하는 이윤은 서진에 대한 비책이 유일하게 매달릴 희망이다. 이윤의 입장을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르다. 상황이 아무런 죄가 없는 양선이의 목숨을 희생시켜야 하는 이윤이니깐 분명 이윤의 선택 자체는 잔인하다. 하지만 이윤이 지금 처한 상황에서 그 누구라도 자신이 이윤이라면 그 비책을 향해 달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윤이 아닌 제3자에 시청자에게 이윤의 심정을 전달해 주는건 심창민의 연기가 만들어 낸 이윤에게 의지를 해야 하는데 이때의 이윤의 절절함이 나에게는 잘 전해져 왔다. 


왜 하필 그 아이가 서진이고, 왜 자신은 그 아이를 바쳐야 하는 세손의 자리에 있는지에 대한 원망과 그럼에도 나라를 위해서 해야 하는 결단까지... 자신의 감당해야 하는 무게를 외면하지도 피하지도 않고 정면에서 받아내고 있었다. 붉게 가득차는 슬픈 눈과 달리 김성열에게 단호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고, 마지막에 간절하게 부탁하는 목소리까지 이윤의 현재 복잡한 마음을 전부를 표현해줬다고 생각한다. 예고로 이 상황을 단편적으로 봤을 때는 윤이가 너무 할아버지 말에 휘둘리는것이 아닌가 했지만 막상 볼 때는 이윤의 뜻이 이해 되었다. 날 설득 시킨 건 심창민의 힘이다. 


만일 서진을 잡았어도 윤이는 결국 제물로 양선이를 희생시키지 않았을것이다. 할아버지 현조나 절친인 학영이 그렇게 생각하듯 나 역시 그러하다. 힘든 상황에 내몰려서 흔들리는 이윤이지만 결국 중심이 바로 선 이윤은 곧게 설거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그 흔들림이 너무 오래 가지 않았으면 했을 뿐... 








제대로 한번 시작도 안해본 이윤-양선-성열의 삼각관계는 이렇게 끝이 났다. 이 드라마의 러브라인의 중요한 축에서 이윤이 전혀 끼어들지 못한 채 성열과 양선은 사랑을 완성했다. 이 둘에게 이윤은 어떤 긴장감도, 고난도 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이윤이 성열과 양선의 사랑에 장애물이 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이렇게 끝나는게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도 좀 허무한 일이기는 하다. 셋을 엮는 사랑 이야기는 이렇게 끝나도 되지만 이윤이 세손 이윤으로써가 아니라 인간 이윤으로써 지켜온 감정들까지 함께 완전히 사라져야 하니깐. 양선의 모습에서 10년전 오래된 벗인 진이를 발견하고, 그래서 지나치지 못하고 돈도 갚아 위기에서 구해주고, 양선이 힘들 때 이야기도 들어주고, 자신이 힘들 때 양선에게도 힘을 얻었다. 전해 주지 못한 신발을 애틋하게 바라보면서 양선이가 탐라에서 빨리 돌아올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던 이윤이었지만, 결국 그 인연이 악연이 되어 양선에게 가장 소중한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 양선에게 이윤은 용서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 그래서 이윤에게 양선은 더 짙게 마음 아픈 사람이었다.



내가 양선이 모습 중에 제일 좋아했던 건 이윤 앞에서였다. 이윤 앞에 양선이는 심지가 곧고, 똑똑하고, 배려심이 깊었다. 숨어 있는 뜻을 읽어 낼 줄 아는 아이였고, 이윤의 아우로써는 형님 이윤을 용서하지 못해도 백성의 양선으로써는 음란서생인 세손 이윤을 여전히 지지할 수 있는 아이였다. 그런 양선이 모습을 더이상 볼 수 없는게 좀 안타깝다. 이제 이윤에게 양선은 정인으로 만들고 싶은 이 세상에서 보호해주고 싶은 여자가 아니다. 그저 그리운 오래된 벗 서진이다. 진이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벗의 행복을 빌어주는것 뿐이라 담담히 양선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떠나 보내고 성열에게 진이의 행복을 진심으로 부탁한다. 이윤의 진심이 어떠하든 양선이는 자신이 서진이라는 것도, 이윤이 간절하게 찾는 벗인것에도 전혀 관심이 없다는건 좀 슬픈일이다. 나중에 한 컷 정도 이윤의 이런 마음을 양선이 한번은 알아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램이 있었는데 양선에게 10년의 간절함이 담긴 윤이의 필갑이 선비님 밥상에 오를 호박전 보다 못했다. 


그래서 일까? 사랑의 욕심이 물들기전 양선이와 서진이를 깊이 아껴주던 이윤의 고운 마음을 서진이가 된 양선이는 기억해 주지 않겠지만 내가 알아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또한 흡혈귀였지만 인간으로써 살아온 성열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며 앞으로 살아갈 이유를 말해주는 큰 마음은 물론, 이윤의 이런 마음들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창민이의 연기까지 함께 말이다.  






몸을 던져 이윤을 구한 건 거짓이지만 혜령이 그로 인해 정신을 잃고 잠꼬대를 하는 내용은 진짜다. 혜령이도 사실은 본성은 착하고 주위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아이였을텐데 아버지는 어린 딸을 그렇게 두지 않았다. 혜령의 아픈 고백으로 이윤은 처음으로 인간 혜령의 모습을 알게 된다. 비록 그 뒤에 윤이를 를 속이려고 하는 팔려가는 정략혼에 대한 이야기는 거짓이지만 말이다. 혜령이 거짓말이 얄밉지 않은 건 결국 그 거짓말이 흘러가는 방향이 이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윤이를 속여 고난을 겪게 한다거나, 함정에 빠트릴 의도는 혜령이 없다. 그냥 자기의 지긋지긋하고 무서운 이 현실의 동아줄이 윤이라 간절하게 잡았고 또한 그 동아줄인 윤이가 오히려 탄탄하길 바라니깐. 



자신을 위해 누군가 다치는 게 가장 큰 상처인 이윤에게 이 방법은 너무 잔인했고, 그 상처로 인해 걱정하는 윤이 마음의 틈새를 공략해서 혜령이가 들어 온 만큼 나는 혜령이 방법은 거짓이라도 마음은 진심이길 바란다. 그래서 여전히 예전부터 혼자 간직한 윤이에 대한 혜령이 마음이 여전히 궁금하다.   






도대체 윤혜령은 언제 이야기를 시작하는걸까 매번 궁금했는데 드디어 반이 넘어서 12회에 처음으로 이윤과 혜령은 마주친다. 반이 넘어서도 단 한번도 단 둘이 제대로 만나 본 적이 없는 커플, 어떻게 보면 역대급이겠다. 분명 시놉과 기획의도에 있는 커플인데 왜 이제까지 아무런 진행을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나는 왜 혜령이 이윤의 마음을 사로 잡고 싶은지 그게 늘 궁금했다. 굳이 1년동안 윤이의 어머니 곁에서 환심을 살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귀가 정해주는 자리인데 일부러 접근했다고 오해를 살 수 있는 행동을 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윤이 절대힘을 갖고 있는 귀랑 대적하는 음란서생임을 알면서도 여전히 세손빈이 되고 싶은 이유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봤다. 권력욕을 이야기 하지만 귀가 정해준 권력이라는 건 귀가 손가락만 까딱 해도 무너지는 일이고 허무한 일이다. 그런 귀에게 대적하는 이윤 곁을 절대적으로 꼭 차지하고 싶은 건 이윤에 대한 개인적 마음이 아니면 불가능 하다. 심지어 윤이의 개인적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해 이렇게 자신의 목숨이 걸리는 일을 꾸미는것도 서슴치 않는다. 혜령이 이렇게 까지 윤이의 곁을 자신에 자리로 만드는것에 공들이는 마음의 시작이 궁금하지만 과연 이 드라마가 끝나는 날까지 알 수가 있을까? 


한동안 잠을 자지도 못했던 윤이가 혜령이 농담에 웃었다. 심지어 현재 자신의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음란서생의 이야기로 말이다. 그게 피식 흘러나오는 웃음이라도 이윤은 음란서생으로써 느끼는 무거운 죄책감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작은 웃음 뒤에 또 다시 자신을 위해 다른 사람이 다치는 일이 생길지도 몰랐지만... 찰나의 행복 뒤에 바로 오는 깊은 고통... 윤혜령의 시작은 윤혜령을 닮았다. 그래서 안쓰럽다. 













내가 만일에 지금까지 중에 한 회를 삭제하고 싶다면 바로 이 회일 거 같다. 11회 이윤은 참 생경했다. 10회 동안 내가 만났던 이윤이 아니었다. 절치부심하면서가장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학영이도 속이고 양선이에게 모진 말로 밀어내면서 자신을 철저하게 변절해 버린 사람으로 살아갔는데 그 건 몇 일을 못갔다. 굳이 학영이를 왜 밀어냈는가... 싶다. 물론 이윤과 성열의 갈등은 필요했다. 성열이 정말 귀와 다른 뱀파인지는 시청자는 알지만 이윤은 모르니깐. 하지만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한 발을 움직일 때마다 열 번은 고심하는 듯한 이윤이었는데 말이다. 이 회에서 하고 싶은 말은 없다. 그냥 이윤과 성열의 갈등이 필요했고 그 갈등이 필요해서 이윤은 화를 내고 성열은 세손인 이윤의 목을 졸랐다. 흡혈귀라는 압도적 힘을 내세워 세손의 목을 조르는 행위까지 나온 거 치고는 이윤의 말이 별 게 없었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어찌되었든 이윤은 학영이를 다시 곁에 뒀다. 그거면 된거지 싶다. 아, 맞다.  윤혜령이 드디어 혼례 이야기를 시작했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밴드랑 댄서 소개 때 조차도 한눈 못 팔게 만드신 ㅎㅎㅎㅎㅎㅎ




엔딩롤 연습실 영상은 항상 진리입니다 ^0^♥



현조의 방법은 아마 그 방법일 거다. 원작에서 나온 그 방법... 그런데 나는 그 방법이 안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진지한 이 극에 어울리지 않는 기분이다. 잘 그리지 못하면 서프라이즈 느낌이 날텐데 어떻게 그걸 제대로 된 진지한 방법이라고 설득할 건지 걱정이 된다. 

현조의 방법은 알겠다. 그럼 이윤의 방법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길을 갈 필요는 없지만 현조의 방법에 편승할 생각은 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자신의 얻고자 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잊지 않고 고민했으면 좋겠다. 현조의 방법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지만 이것이 정답일 수는 없다. 이윤이 잊어야 하는건 자신의 뜻 말고 다른건 잊으라는 현조의 말이다. 





성열이 다시 한번 이윤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정현세자비망록을 들고 말이다. 처음 성열이 이윤에게 숨어서 왔을 때와 같은 기운을 느낀 이윤은 천천히 성열에게 더이상의 숨박꼭질 같은 장난을 하지 말고 모습을 드러내라고 명령한다. 이윤앞에 성열은 드디어 흡혈귀 김성열로 서 있게 된다. 어차피 어느정도 흡혈귀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놀랄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역시 귀를 제외하고 다른 흡혈귀가 있다는 것은 다시 한번 놀라운 일이다. 

자신이 왜 귀랑 싸우는지, 이 비망록을 가지고 와서 이윤을 만나는지 성열은 설명한다. 하지만 설명만으로는 이윤을 설득시킬 수 없고, 그렇다고 비망록을 이윤에게 온전히 줄 수도 없다. 김성열이 설명을 할 동안 아무말 없이 눈으로 여러가지 대답을 하는 창민이 연기가 좋았다. 놀랍지만 놀라움을 살짝 감추는 표정, 의문을 가진 눈빛, 그리고 고민하는 모습까지...   

사실 이 비책이라는 거 잘 와닿지는 않는다. 왕실의 욕망이 귀를 불렀고 결국 이 나라는 귀의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이걸 끊어낼 왕재의 의지가 필요한 것도, 또한 사람의 의지만으로 어려우니 귀와 같은 흡혈귀로써 반대편이 되는 수호귀가 힘을 합쳐야 하는 것도 알거 같다. 둘 다 귀와 정반대로 대적하는 의지다. 그런데 모계는 뭘까... 결국 귀의 자손이 없으면 귀를 죽일 수 없다는 말인데 이건 이 드라마를 전체적 주제와는 좀 동떨어진 기분이었다. 그게 양선일거라고 우리는 모두 예상하는데 여주인공을 귀와 연결시키는 게 이것 뿐이었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다. 물론 전혀 다른 방법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비망록을 두고 이윤과 성열은 서로의 진심을 아직은 다 진정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헤어졌다. 각자 중요한 인물로 만나면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고 있지만 벌써 이렇게 만난게 3번째 인데 4번째 만났을 때는 좀 더 가까워 지면 좋겠다. 벌써 드라마는 반을 지나가고 있으니깐.  







이윤에게 세손이 아닌 그냥 평범한 아들로써 있을 수 있는 어머니가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어머니를 만나러 절에 갔다가 예상치 못한 장면을 보게 된다. 음란서생 무리들의 극락왕생을 빌고 있는 혜령이다. 음란서생과 엮여서 많은 자신의 사람들이 죽었다. 그런 상황에서 음란서생을 좋은 마음으로 비는 사람이라면 더 윤에게는 고통이다. 그런 마음들이 예전에는 힘이 되고 고마웠을텐데 지금은 혹시나 잘못될까봐, 자신을 지지하다가 억울하게 엮어서 다시 고통받는 사람이 있을까봐 걱정이 된다. 혜령이 어떤 사람인지 이윤은 전혀 모른다. 정말로 좋은 마음으로 비는건지, 아니면 자신의 어머니 절에서 이런 일을 해서 어머니까지 엮게 만드는 의도를 가진건지 알 길이 없다. 이래도 저래도 윤이는 화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때 이 둘 사이 어머니가 끼어 들어 자신이 하자고 한 일이라고 이윤을 진정 시킨다. 혜령에게 화를 낸 이윤은 혜령에게 작은 미안함을 갖게 되었다. 


음란서생의 무리들에게 돌아가신 사동세자를 떠올렸다는 어머니에게, 이윤은 자신의 뜻도 같음을 고백한다. 어머니 앞에까지 숨기고 싶지 않다. 너무 많이 모든 사람들을 숨겨야 하는 이윤은 이제 힘에 겹다. 어머니는 아들의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다. 그리고 아들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이 죽음을 각오한 길이라는것도... 거짓말이라고 아니라는 아들의 대답을 기다렸지만 이윤은 그저 음란서생도 아니고, 세손도 아닌 아들 이윤으로 그냥 쉬고 싶을 뿐이다. 


평소에도 10년간 쉽게 잠을 잔 적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아예 잠을 잘 수가 없었던 나날이다. 만일 이윤이 주인공이었다면 그 엄청난 일이 일어난 뒤에 잠 못 이룬 자책하고 고통스런 날들을 보여줬겠지만 우리는 그저 이 말 한마디에 이윤의 날들이 얼머나 괴로웠는지을 가늠할 뿐이다. 어머니 앞에서 아무것도 아닌 척 그저 잠을 자고 싶다는 이윤의 웃지만 우는 모습은 마음이 아린다. 


이윤이 무거운 운명과 대의가 모두 완성하고 나면 한 사람으로써도 정말로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이제까지 한량인 척 말고 진짜 세손이 되어 나라를 보니 세손 눈앞에 나라의 백성들은 더 힘들고 괴로워 보인다. 자신의 눈 앞에서 쓰러지는 노비들을 일어나라 제촉하는 신하들을 말리면서 한걸음 걷자 그 앞에 어쩌면 만나는게 두려웠을 양선이 서 있다. 고문으로 아직은 성치 않는 몸으로 무거운 항아리를 끌고 오는 양선이 앞에 이윤은 용기를 내서 다가간다. 양선이가 그런 이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두가지 였다. 백성으로써 음란서생에게 받았던 희망은 진짜였으니 그걸 이어가라는 말, 양선이로써 형님에게 받은 상처는 씻을 수 없으니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는 말, 이 둘 모두 이윤을 아프게 한다. 내가 이윤 앞에 양선이가 좋았던 것은 양선이는 윤이 앞에서 늘 따뜻하고 똑똑하고 현명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 강요하기 보다 상황을 볼 줄 아이고 사람을 살피는 아이였다. 고통이 내린 상황에서도 양선이는 음란서생의 희망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는 아이였지만 그래도 이윤을 품어주기에는 윤이에 대한 마음 보다는 아버지를 잃은 슬픔이 너무나 크다. 당연한 너무나 당연한 양선의 반응이지만 이윤은 어쩌면 그래서 더 이 반응이 힘들지도 모르겠다. 당연하게가 아니라, 남들과는 좀 다르게 이윤을 이해하기에는 이윤에 대한 양선이 마음이 너무 작다는거니깐. 

차가운 말로 양선에게 변한 자신을 보여주지만 그 와중에 정말 하고 싶은 말은 스스로를 아끼라는 말이였을거다. 나는 너를 돌봐줄 수 없으니 스스로라도 자신을 아껴주고 살아갔으면 하는 그 마음, 그게 이윤의 상처 받는 눈이 가진 진심이었지만 양선에게는 그걸 신경쓸 여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떨어져 깨져버린 항아리만큼 산산조각난 양선이 마음을 다독여 줄 수 없는 이윤은 그저 멀리서 안타깝게 봐라보는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그래도 당장이라고 구하고 싶은 마음을 숨기는것이 양선이를 도와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윤은 꾹 참는다.  

형님 아우 하면서 춘화집을 운운하던 귀여운 커플이었다. 드라마를 밝게 해주는 이 두 사람의 인연은 이렇게 무너졌다. 사랑이 아니더라도 우정으로 벗으로 좋았을 사람들이 이렇게 상처로 갈라져서 나중에 양선이가 기억을 찾고 윤이가 그렇게 찾아 헤멘 서진이라고 해도 이 둘에게는 크게 중요해 보이지가 않다. 그런 둘의 갈라진 틈으로 혜령이가 들어온다. 이윤이 양선을 마음 쓰는게 신경이 쓰이는 혜령, 혜령이의 삐죽 나온 마음이 흥미롭다. 







이 사태로 인해 학영은 이윤의 옆자리를 잃었다. 이윤은 자신이 아무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아주는 진정한 벗인 학영을 곁에 둘 수 없다. 10년간 서로의 의지과 쉼터였다. 둘 다 너무 큰 걸 잃었지만 여전히 마음만은 같다. 학영에게 이윤은 여전히 나의 세손저하이고, 이윤에게 학영이는 이제 유일한 나의 사람이다. 이윤은 유일하게 남은 학영을 더이상 똑같은 위험에는 빠트리고 싶지 않다. 그 고통을 지켜주지 못했고 나눌 수도 없었다. 살아 남은 학영만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게 이윤이다. 냉정한 말로 학영에게 너와 꿈꾸던 음란서생은 죽고 없는 과거라 말한다고 해도 학영에게는 그건 변한 결정이 아니라 같은 길을 다르게 가고자 하는 변한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다.10년은 진정으로 나눈 사이란 건 긴 말이 필요 없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진심, 굳건히 믿어주는 그 마음이 이윤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그 강직한 마음을 곁에 두지 못해서 힘이 들기도 한다. 


학영이가 여전히 자신을 믿고 따른다는 말에 흔드리는 눈빛이 너무 좋았다. 표정을 정면에서 모든 걸 다 보여주지 않아도 옆에서만 살짝 보이는데도 오히려 그래서 숨겨진 진심이 더 애절하게 그려졌다.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아껴주는 학영에게 아무도 남지 않은 내 옆에 있어달라 하고 싶은 그 마음을 꾹꾹 참으면서 이윤은 다시 자신이 가기로 한 그 길을 간다. 모든 건 다 자신의 몫으로 안고 가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는 학영의 마음 속에는 나의 저하가 진정으로 강녕하기만을 빌 뿐이다.    


둘의 헤어짐이 너무 오래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윤 옆에 같이 꿈을 꾸며 같이 살아갈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꼭 주인공만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만들 수 있는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 살아야 할 사람은 모두니깐. 백성이 가진 의지도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수호귀도 왕재도 아닌 그냥 보통 사람의 의지, 그것이 10년간 그렇게 뜻을 키워온 학영으로 인해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현조의 깊은 뜻을 알게 된 이윤은 현조와 함께 귀를 제대로 속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를 보는 눈도 예전과 다르게 따뜻하고 신뢰가 있다. 할아버지 역시 변한 이윤의 모습을 보고 흐뭇해 한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같은 아픔을 가지고도 서로를 상처 냈던 할아버지와 손주는 이제서야 드디어 한 배를 타기는 했는데 나는 이 배의 선장이 현조라는 것이 좀 애매하다. 이 배가 움직이는 방향이 이윤이 스스로 생각하고 갖고 있는 쪽인지가 명확하게 보여지지 않고 있다.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이윤은 좋다. 하지만 할아버지에게 의지를 넘어 끌려가는 이윤은 아니였으면 좋겠다. 아직까지는 자신의 좌절로 인해 배움으로 몸을 낮추고 있어 보이지만 말이다. 




양선이의 슬픔과 고통을 직접 보게 된 이윤은 고민은 커진다. 양선이가 어찌되냐 물었지만 양선이를 구해줄 수는 없다. 죽지 않는것은 다행이지만 양선이를 현재 자신이 구해서 특별 취급을 하게 되면 오히려 귀가 양선에게 더 집중하게 될테니깐. 그렇게 되면 양선이가 더 힘들어진다. 힘든 양선과 더 힘들어질 양선, 이윤의 선택지는 차악과 최악뿐이다. 잠시만 버텨달라 생각하면서 ... 





이번회에서 이윤에게 많은 절망과 슬픔과 자괴감이 있었지만 가장 슬프고 가장 와닿은 장면은 이 장면이었다. 결국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자결을 선택한 심복들, 이윤의 사람들... 이들에게는 살아 있을때는 함께 희망을 꿈꿨고, 죽어서도 자신들의 희망이 되어줄 사람은 이윤 뿐이다. 오로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살아 온 인생들의 죽음의 무게는 이윤에게 너무 무겁다. 

이윤이 좀 조심했다면 지켜줄 수 있었던 목숨일까, 아니면 어떤 방법으로 길을 갔어도 어쩔 수 없는 희생일까... 어느쪽이 맞는지는 여전히 명확한 답은 될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 이 길에 들어설 때 알았을 것이다. 누군가는 죽을 것이라는걸...그걸 각오하고서라도 함께 했고, 함께라서 용기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막상 그렇게 다짐 했어도 그것이 현실이 되었을 때 정말 죽을 수 있냐는 것은 다르다. 이윤의 사람들은 정말로 그러했다. 10년간 이윤이 사람들에게 준것은 결코 헛된 꿈도 아니었고, 가벼운 영웅심도 아니었다는 증거가 이 사람들이다. 죽어서도 이윤이 자기 뜻을 이어줄거라는 믿음, 그 믿음은 굳건한 만큼 이윤의 다음 행보는 좌절도 외면도 도망도 아니다. 아무리 최악이라도 다시 뜻을 세워 도전할 수 있는것, 그게 10년의 이윤이 살아온 삶의 빛나는 가치인거 같다. 

아무리 할아버지랑 함께, 혹은 성열이랑 다음의 길을 간다고 해도 이들과 함께 했던 시간만큼 깊은건 없어 보인다. 아무것도 믿을것이 없는데도 그저 우리의 뜻이 있는곳에 길이 있다 믿으며 함께 뜻을 모았던 사람들... 그 뜻 모두를 이윤 짊어지고 또 다시 일어서겠지만 그 길이 더 외로울 거 같아서 안타깝다. 

이윤의 떨리는 손에서야 비로소 감겨진 이윤의 사람들이 편안하길 빈다. 




처음으로 이윤과 성열은 진짜 자신들의 모습을 하고 서로를 바라본다. 한량으로 살아가는 세손과 돈 많은 미스테리한 선비 말고 오랫동안 같은 뜻을 품어 온 수호귀와 왕재로 말이다. 성열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이윤을 보고 놀라지만 이윤은 찾아 다닌 성열을 마주치고 천천히 성열을 인식해 간다. 한 20초간 눈빛으로만 서로를 바라보는 동안 이윤의 눈을 분명히 뜻을 정확하게 전달하고있다. 많이 당황하지도 너무 놀라지도 않고 생각해 뒀던 사람을 만난 그 순간, 그때 나에게 말을 건 존재가 자네인가를 확인하는 긴장감을 주는 눈빛의 말이 보였다. 


다시 사라진 성열을 찾아 다니다 결국 흡혈귀로써도 죽음을 다 한 숙빈의 시체를 보게 된다. 결국 성열의 말은 사실이었고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할 수 있는 존재가 귀 말고 있다는걸 인정해야 했다. 그리고 그건 이윤에게 또 다른 고민이 될 것이다. 


극의 전체적 흐름과는 좀 상관없는 일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억울하게 죽은 숙빈의 시체를 좋은의도라 해도 이런식으로 수단화 하는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는걸까 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흡혈귀로 변한 숙빈을 무서워만 하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안타까워 해줘서 좋았다. 그게 이윤이라 더...창민이가 이윤을 그려내는 순간순간의 감정이 내게 이 드라마를 팬으로써 의무감이 아니라 이해하고 공감되게 보게 하는 힘이 된다. 계속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