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창민이 때문에 해외를 간 건 콘서트가 아니라 바로 모모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그 전까지 아직은 라이트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여러 이유로 해외 콘서트를 간다는 건 나에게 아직은 허들이 있는 일이였는데 영화가 그 허들을 어영부영 넘어가게 해줬다. 1박 2일 짧은 일정으로 오로지 영화 상영만 보고 왔었다. 생각보다 엄청 크고 넓은 스크린에서 황금튀를 상영을 하고 있는 극장을 가게 되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아 모모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영화가 시작하자 마자 후덥지근하고 오사카 여름 어느날 팽팽하게 긴장감이 서 있는 모모가 그렇게 나를 황금튀의 세계로 끌어 들였다. 


창민이의 북한 사람 연기도,오사카 거리에 녹아든 모습도, 긴장과 어둠이 가득한 절망의 눈빛도,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온 형을 쏘아야 하는 슬픔도 모두 절절히 잘 전해졌다. 이 장면들만으로 외로운 인생을 산 모모가 가여워지고 모모맘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야기가 흘러갈 수록 좀 더 모모와 고다의 각각 다른 외로움이 서로에게 위로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황금튀는 여전히 각색이 아쉬운 영화다. 좀 더 섬세한 감독이 했다면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았을텐데... 황금을 터는 행위자체는 별 의미가 없다. 각각 마음속에 황금이 어디 있는지가 중요한 영화의 메세지인데 그걸 감독이 잘 담아내지 못했다. 남자들의 영화가 아니라 사람들의 영화였어야 하는데 남자들의 영화에 너무 집중한 탓이다. 창민이의 모모를 다시 한번 더 제대로 만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이미 영화화 되어버린 이상 불가능하다는게 아쉽다. 





그럼에도 나는 창민이의 모모가 참 좋았다. 스파이치고 약간은 굳은 몸짓이 아쉬웠지만^-^); 창민이의 모습 어디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몇 만명을 사로 잡는 아이돌의 모습은 없었다. 고국에게 버림받고 가족에게 내몰리고 그럼에도 이제는 스파이로써가 아니라 인간으로 살기 위해서도 자신이 죽더라도 남을 죽이는걸 그만 둔 처연한 한 인간만 남아 있을 뿐이였다. 예전에 유명한 일본 영화 관계 평론가일을 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 세상의 어둠을 담은 듯한 그 눈빛이 대단하다고...(정확하지 않음ㅋ이런 뉘앙스) 나도 동의한다. 주절주절 길게 설명해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한 번의 눈빛으로 담아 내는 건 아무나 낼 수 있는 눈빛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모로 그 해 일본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여기저기서 탄 것 그저 우연히 아니다. 창민이의 이 분위기를 다른 캐릭터로써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사진이 참 좋다. 고다와 같이 변전소를 둘러보기 위해서 이른 아침... 살짝 돌아보는 이 평범한 순간 속 모모가 행복해 보인다. 모모 인생에서 유일하게 무엇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어 움직이는게 낯설면서도 마음 편해했는데 그 허락된 시간들은 참 짧았다. 하늘에서 같이 잘 살고 있겠지. 모모와 고다는... 



아...모모를 보니 그저 창민이 보고 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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