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이 생각하는 왕 이윤과 실제 왕 이윤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지 한방에 보여준 장면이다. 백성의 생각하는 이윤은 권력을 탐하고 백성 위에 군림하는 모습이지만 실제로 이윤은 왕이 되었다는 것조차 실감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하루만에 남들은 평생을 가도 겪지 못하는 일들을 겪었고 이제 윤이 곁에는 좌상과 중전 뿐이다. 실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좌상이 유일하고 아직 중전인 혜령은 윤이의 진짜 편인지 애매했다. 김성열이 양선이를 궁에서 빼돌려서 일어난 일에 대한 분노보다 이윤을 더 사로잡은 건 무력감이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귀와 싸우기 위해서 살아왔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물론, 다시는 할 수 없는 일까지 전부 견디면서 부딪쳤지만 결국 주위사람들은 모두 희생 당했고 남은 건 원하지도 않았던 허울 뿐인 왕의 자리다. 껍데기 뿐인 왕의 타이틀안에서 이윤은 계속 작아지고 있었다. 어느 누가 이윤과 같은 시련을 겪고 금새 딛고 일어설 수 있을까? 만일에 이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김성열에 대한 배신감과 귀에 대한 복수심에 당장 양선이를 데려다가 귀에게 바칠려고 했거나 아예 이 싸움 자체를 포기했겠지만 윤이는 달랐다. 이윤을 망설이고 고민하고 두려워 하고 있었다. 일평생 마음 속 벗이였던 서진이면서 자신이 불행하게 한 죄책감을 잊어 본 적이 없는 양선이를 가지고 다시 한번 모험을 하기에는 싸워야 할 귀의 커다른 벽은 높고 굳건하고 단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가능성이 이윤에게는 비책으로 남은 유일한 희망보다 실패했을 때 희생으로 먼저 다가왔다. 지금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거 자체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을정도지만 언제나 포기하지 않았던 윤이의 강단을 알기에 지금의 무력감은 깊었고, 이윤의 좌절감의 크기가 창민이의 목소리 덕에 더 배가 되어 슬프게 다가왔다. 


혜령이가 윤이의 등을 밀어 준 것은 귀에게서 벗어 나고 싶은 자신의 욕망이 더 커서였을거다. 물론 그로 인해 제대로 된 왕이 될 이윤을 꿈꾸지만 그것이 꼭 이윤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는 아니었다. 자신을 위함이 가장 컸다. 처음으로 나는 이때 혜령에게서 자신을 위한 강한 욕망을 느꼈다. 귀랑 대적하는 건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더 높을 정도로 분명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만일 윤이를 더 아끼는 마음이 있었다면 이렇게 쉽게 윤이가 가진 아픈 상처를 상기시켜 도전하라고 하지 않았을거 같다. 이윤과 같은 길을 가지만 혜령의 마음은 이윤 곁에 있지는 않았다. 그런 혜령의 말에 힘을 얻어 움직이는 이윤을 보니 곁에 마음으로 함께 하는 이가 진정 아무도 없다는것이 새삼 깨달았다. 혼자 하는 이윤의 싸움은 결국 잠시 길을 잃었고 갈수록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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