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는 이해하는 게 있다. 백성의 목숨을 희생시켜 전체를 구하는 건 틀렸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는 성열이 명백하게 그 이유를 가지고 현재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만일에 그 백성이 자신이 사랑하는 양선이가 아니였다면 성열은 이렇게까지 무리해서 비책의 한명인 왕과 적으로 돌려서라도 그 백성을 지켰을까? 왕재의 의지도 필요한 시점이라는 걸 명확하게 알고 있는 성열은 자신이 궁에서 양선을 데리고 옴에 따라 현조가 죽고, 학영이 흡혈귀가 되고 다른 많은 목숨들이 죽었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죽어나간 목숨도, 그 상황에서 버티려고 버티지만 무너질려고 하는 또 다른 왕 이윤에 대해서도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다. 그저 그에게 이윤은 사랑하는 양선을 죽이려고 하는 악당일 뿐이다. 내가 성열의 말이 공허하고 우스운건 양선이 말고 다른 목숨의 무게에 대해서는 나몰라 하기 때문이다. 만일에 정말로 무고한 백성의 목숨이 가진 희생이 전체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고 진심으로 느꼈다면 그 선택으로 죽은 목숨과 잃게 되는 목숨에 대한 고민을 했을거라는 거다. 그래서 이윤이 자신을 받아주던 아니던 이윤을 설득시켜야 했다. 양선이라는 비책을 숨기면서 생기는 잃어버린 목숨의 무게에 대해서 생각했어야 하지만 그는 그저 양선이를 살리는거 말고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귀를 죽이기 위해서 하나의 목숨을 버리는 것이 문제라면, 성열이 살기 위해서 보름달 마다 죽어야 하는 사람들의 목숨은 어떠한가? 양선이를 지켜야 하는 성열과 이윤의 방법은 흡혈귀의 방법이라는 사냥꾼, 성열의 살생을 도와줬던 사람들은 뭐라고 할까? 살아야 하니깐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할것이다. 그게 성열이 가진 한계다. 흡혈귀를 죽이는데 사람의 목숨은 사용하는건 틀렸지만, 흡혈귀가 살기 위해서 사람의 목숨을 희생하는건 받아들이는... 성열이 죽인 그 많은 사람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 가족들이 있었고 그 사람들에게도 성열의 양선이 처럼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는 생명들이었을 거다. 하지만 성열이 수호귀니깐 그 생명들은 그냥 모르는 척 희생이 되었고, 앞으로 양선이를 지키기 위해서 더 많은 생명들이 사라질것이다. 그걸 성열이 다 책임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죽어나간, 죽어야 하는 다른 사람들의 생명에 대한 고민조차 하지 않는 성열이 살인을 무차별로 저지르는 귀를 제거하는데 과연 무고한 백성의 목숨을 희생하는건 틀렸다고, 너는 흡혈귀의 방법을 따르는 나쁜 사람이라고 이윤에게 말할 자격이 있냐는 거다. 내가 보기에는 없다. 이 드라마에 성열은 주인공이니깐, 죄없는 양선을 희생하는 건 도덕적인 문자로 그건 틀렸으니깐 그런것 뿐, 사람의 마음을 가진 성열이 한 선택이라서 이윤이 틀린게 아니다.  


내가 이윤과 성열이 다르다 보는 점은 이것이다. 이윤은 김성열에게 복수심을 가질만한 충분한 상황이 있었다. 하지만 이윤의 행동에는 그런 감정이 없다. 김성열을 잡을 생각도 없고, 김성열에게 책임을 물 생각도 없다. 양선이 앞을 막아서는 김성열에게 목숨을 살려준다고 할 정도로 그저 개인적 복수심은 감내할 뿐이다. 그가 고민하는 건 자기 개인 복수심에 불타서 사로 잡히는 그런것들이 아니다. 사람을 마음 내키는대로 죽이는 귀를 제거하기 위해서 자신들의 목숨을 버린 사람들의 뜻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그럼에도 과연 정말 벗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건지 아닌건지에 대한 고민을 한다. 사실 보통 사람이면 이미 포기했다. 이윤 역시 큰 상실감에 빠져있고 두렵지만 그래도 그 고민 끝에 다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된다. 자신의 옛 벗이고, 자신이 이미 큰 상처를 준 아이고, 연모했던 양선에게 또 다시 이런 짓을 한다는 것은 이윤에게도 도망가고 싶고 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안일하게 그냥 모른 척 안해도 되는 일이다. 하지만 양선이를 희생하면서 얻게 되는 자신이 받게 되는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이미 모든걸 잔인하게 잃은 이윤에게 양선이를 스스로 희생시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의 죄책감일 것이다. 이윤이 귀를 제거해도 그게 과연 정말 인간 이윤의 행복일까, 그러고 나서 그 미래속에 이윤이 행복할거라는 질문에 누가 그럴거 같다고 할까? 이윤은 자신이 살고 싶은것도, 자신의 소중한 개인사람들을 살리고 싶은것도 아니다. 정말 이 나라 전체를 위해서, 앞으로 계속 쌓여갈 무고한 백성의 시체의 산을 막아보고 싶은것 뿐이다. 자신 개인의 행복과 안위가 아니라 남을 위해 온전히 희생하는 게 이윤이다. 



물론 이윤의 방법은 틀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성열의 말 속 진심은 공허해도 그 말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다. 양선이도 지켜야 하는 백성이고 소중한 목숨이니깐. 하지만 나는 이윤의 마음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윤은 죽어간 목숨도, 죽어가야 할 목숨도, 그래서 희생되는 양선의 목숨도 그 어느것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많은 무게 속에 군주로 내릴 수 있는 방법이 결국 자신이 직접 손에 피를 묻히는거고 그게 왕으로써 숙명이라도 개인으로써 큰 고통이라고 해도 감내하는 것이다.  



이윤은 성열에게 많은 신뢰감을 주었다. 이윤 세손 시절 자기 흥분에 목을 조르며 자신의 목숨을 위협한 자라도 성열의 말을 믿어줬고, 심지어 자신의 소중한 사람의 행복도 맡겼다. 성열은 그런 이윤의 마음에 아무런 보답을 하지 않는다. 최소한 내가 성열이라면 이윤을 이렇게 방치해 두지 않았을것이다. 성열이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왕가에 충성할 필요가 없다고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데 그렇다면 성열이 나라의 수호귀로써 사람들 피를 먹으면서 살 이유가 없다. 귀와 성열이 다른 건 사람 목숨의 숫자일 뿐, 둘 다 사람을 죽이는 건 같다. 그렇지만 의도가 다르니 성열은 착한 흡혈귀고 귀는 나쁜 흡혈귀라고 정의내려져 있다. 그렇게 합리화 하면서 살아온 성열이 이 드라마에서 누구보다 이윤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그저  자신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당 그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 고민도 없는 그냥 백성을 희생하면 안된다는 말로는 옳은 이유를, 자신의 양선이만을 위한 행동에 편승시켜 내세우는거 말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최소한 이윤은 자신이 성열이라도 그렇게 하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고,자신을 막아서는 성열을 살려준다고 하는데도 말이다.  



사람의 마음을 갖는 다는건 어떤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만 하면 그게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사랑하는거라면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있는것일까? 최소한 나에게 양선이를 지키겠다는 거 말고는 다른 목숨에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성열보다 모든 사람들 목숨의 무게를 다 고민하는 이윤이 더 따뜻하고 넓은 사람의 마음을 갖고 있어 보인다. 그게 내가 이윤의 방법이 틀렸어도 그 마음이 너무나 안타까운 거고, 성열의 방법이 옳다고 해도 그 마음은 양선이를 잃기 싦은 포장지에 불과하다고 느끼는 이유다. 밤선비 결말은 성열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건 성열의 마음이 결정이 옳아서는 아니다. 성열이 이용한 그 무고한 백성을 희생하는게 비책이리가 없다는 그 말 속에 담긴 내용이 이 드라마의 가진 정체성이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드라마 메시지를 만드는게 아니라 메세지를 위해 캐릭터가 움직이는 것, 이 드라마에 또 다른 잘못된 모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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