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태로 인해 학영은 이윤의 옆자리를 잃었다. 이윤은 자신이 아무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알아주는 진정한 벗인 학영을 곁에 둘 수 없다. 10년간 서로의 의지과 쉼터였다. 둘 다 너무 큰 걸 잃었지만 여전히 마음만은 같다. 학영에게 이윤은 여전히 나의 세손저하이고, 이윤에게 학영이는 이제 유일한 나의 사람이다. 이윤은 유일하게 남은 학영을 더이상 똑같은 위험에는 빠트리고 싶지 않다. 그 고통을 지켜주지 못했고 나눌 수도 없었다. 살아 남은 학영만은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게 이윤이다. 냉정한 말로 학영에게 너와 꿈꾸던 음란서생은 죽고 없는 과거라 말한다고 해도 학영에게는 그건 변한 결정이 아니라 같은 길을 다르게 가고자 하는 변한 과정이라는 걸 알고 있다.10년은 진정으로 나눈 사이란 건 긴 말이 필요 없다. 말하지 않아도 아는 진심, 굳건히 믿어주는 그 마음이 이윤에게 힘이 되기도 하지만 그 강직한 마음을 곁에 두지 못해서 힘이 들기도 한다. 


학영이가 여전히 자신을 믿고 따른다는 말에 흔드리는 눈빛이 너무 좋았다. 표정을 정면에서 모든 걸 다 보여주지 않아도 옆에서만 살짝 보이는데도 오히려 그래서 숨겨진 진심이 더 애절하게 그려졌다.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아껴주는 학영에게 아무도 남지 않은 내 옆에 있어달라 하고 싶은 그 마음을 꾹꾹 참으면서 이윤은 다시 자신이 가기로 한 그 길을 간다. 모든 건 다 자신의 몫으로 안고 가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는 학영의 마음 속에는 나의 저하가 진정으로 강녕하기만을 빌 뿐이다.    


둘의 헤어짐이 너무 오래 길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윤 옆에 같이 꿈을 꾸며 같이 살아갈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꼭 주인공만이 이 세상을 바꿀 수 있고 만들 수 있는것은 아니다. 이 세상에 살아야 할 사람은 모두니깐. 백성이 가진 의지도 존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수호귀도 왕재도 아닌 그냥 보통 사람의 의지, 그것이 10년간 그렇게 뜻을 키워온 학영으로 인해 녹아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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