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의 아비는 생각보다 강단이 있는 책쾌였다. 이미 약을 먹고 죽은 목숨이니 두려울 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강단이 있는 책쾌가 왜 세손에게 비망록을 애초에 전래주지 않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걸 줘도 양선이를 데려다 키워도 상관이 없을텐데...원래 윤이거였던 그 비망록은 참 멀리멀리 오래 돌아 김성열 손에 쥐어쥔다. 그 와중에 왜 비망록을 누군가에게 줬다고 이야기 하는지도 참 모를이다. 귀가 모르는게 좋을텐데.. 하지만 양선의 아비가 보여주는 모습은 흡혈귀에 조복한 왕권이 얼마나 비겁한 왕권인지 단박에 보여준다. 백성의 피를 희생해서 위에 세워진 왕권이니깐. 그렇게 몇 백년을 살아왔다. 이제는 정말 더이상 이런 죽음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영선의 아비를 통해 보여준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귀는 결국 양선의 아비에 말에 발끈하여 다 보는 앞에서 죽이려 하지만 그걸 막아낸 건 이윤의 목소리다. 자신을 똑똑히 보라는 말에 현조는 마음 아프지만 이 상황을 어쩔 수 없다고 수긍하지만 이윤은 멈추라 말하면서 귀에게 이 자를 죽이지 않아야 하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한다. 그 짧은 사이에도 이윤은 이 상황을 멈출 힘을 가졌다. 그래서 나는 현조가 좀 아쉽다. 현명하고 사려깊은 윤이의 팔과 다리를 전부 다 묶을 필요는 없었는데 말이다. 

숙빈이 다시 살아날 거라는 미리 성열에게 들은 이윤은 그 자를 직접 봐야 했다. 9부 내내 멈춰 있던 윤이는 처음으로 그렇게 달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