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하는 양선과 자신의 충직한 부하들의 추국장에서 서 있는 이윤은 힘이 없다. 마음은 이미 나서고 싶어도 니가 나서면 저 아이는 죽는다는 할아버지 말에 선뜻 나서지 못한다. 그저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외면하면서 고문을 말리고 싶은 그 마음을 주먹 쥐며 참아내는 것 뿐. 양선이는 윤이가 음란서생인걸 모르고 음란서생의 등을 밀어준 것을 후회할까? 이 순간,양선이가 떠올리는 자신의 말이 그때는 정말 진심이었지만 막상 희망이 현실이 되었을 때는 너무가 가혹했다. 그 상황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나 하나 희생을 하면 모두가 살 수 있다는 말... 나는 이 드라마에서 생명의 경중을 숫자로 나누는 일명 할아버지들의 설득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말이 가장 지금의 인물들에게 설득력이 있다는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자신이 음란서생이라고 밝힐 수 없으니 끝까지 양선이가 부정해주길 바랬던 윤이였을텐데, 양선이는 결국 스스로 음란서생이라고 말하고 만다. 그 말을 듣고 사실은 제가 음란서생이라고 말하고 싶은 건 이윤이지만 그 말을 한 것은 양선의 아버지였다. 아비를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은 죽겠다는 양선, 양선을 살릴 수만 있다면 자신은 죽을 수 있다는 아비, 세손을 살릴 수 있다면 이 순간 모든 고통은 괜찮다는 학영, 이 모두를 살릴 수만 있다면 죽을 수 있지만 자신이 죽어도 모두를 살릴 수 없는 이윤. 

모두가 다 불쌍한 존재들이지만 자기 마음껏 사랑하는 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사 사람들은 오히려 그나마 어쩌면 덜 불행한지도 모르겠다. 윤이가 참고 있어도 모두 죽고, 참지 않아도 모두 죽는다. 자신이 죽어도 이들을 살릴 수 없고, 자신이 살아도 이들은 죽을 수 밖에 없다. 교수형에 처하라는 현조의 말을 막아설 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매달릴 수도 없고, 울 수도 없는 무력감의 고통을 윤이는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