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황에서 이윤은 자신이 음란서생임을 밝히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것만이 이 길에 유일하게 윤이가 할 수 있는 돌파구였다. 하지만 그 말을 다 꺼내기도 전에 할아버지의 강력한 말에 잘리고 만다. 현조는 단 한순간도 이윤을 품어주지 않았는데 이번이 가장 심했다. 아버지와 같은 죽음을 내리겠다는 말에 이윤 역시 조소를 날리며 물러날 생각이 없다. 아들로 모자라 이제 손주까지 귀에게 받치려 하냐고 할아버지를 공격하지만 오히려 더 한 말이 되돌아와 윤이는 충격에 빠지고 만다. 바로 이윤이 몰래 하고 있었다고 믿었던 자신의 많은 계획들이 사실은 모두 할아버지가 알고 있었다는 진실이었다. 할아버지가 자신의 과거 행적들을 하나하나씩 이야기 할 때마 이윤은 당황스럽지만 여전히 아버지의 죽음의 방관자와 같은 할아버지에게 왜 보고만 있었냐 화를 낼 수 밖에 없다. 


현조는 윤이가 많은 일을 10년간 계획했지만 그럼에도 귀 몰래 살아 있는건 그저 내 울타리 안에서 사실은 숨어 있었던 거라 윤이를 몰아 붙인다. 너의 능력이 좋은것도, 운이 좋은것도 아니라고, 바로 자신이 지켜기 주기 때문이라는 말하며 현재 이윤의 작고 초라한 위치를 처절하게 찌른다. 자신의 사람들은 위험에 빠트린건 물론 가장 지켜주고 싶었던 백성인 양선이까지 이 판에 끌어 들이게 된 이윤에게 너는 지금 무엇을 지킬 수 있냐는 질문에 닫힌 입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사람들을 이 상황에서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자신보다 큰 권력을 가진 현조는 이윤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다른 이의 목숨을 이윤 앞에 쌓아두고, 귀는 그런 현조까지 죽일 수 있다. 현실권력 현조조차 막지 못하는 이윤에게 그 뒤 절대권력 귀의 존재의 크기는 더 철저하게 와 닿았다.  


하지만 나는 현조가 이윤을 지켰다는 말에는 크게 설득 되지는 않았다. 지금의 이윤을 살리기 위해 흐르는 피 속에 휘청이고 있는 윤이는 사는게 사는것이 아니니깐. 인간답게 살고 싶어 희망을 품고 꿈을 키웠지만 그냥 일단은 살고봐야 해서 인간다움을 포기해야 한다. 그것은 이윤이 사는 법은 아니다. 하지만 현조의 말은 당장 수족들이 죽어 나가야 할 이윤에게는 흔들리는 깊은 눈빛만큼 가야 할 길을 충분히 헤메이게 하고 있다. 신념과 목숨, 그 타협점은 어떻게 보면 평생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이윤의 아픔은 그렇게 쌓여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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