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선은 사람 이윤을 잘 봐주는데 남자 이윤에게는 무디다. 여자의 모습으로 나타난걸 보고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숨어야 해서 변복을 했냐고 대리변명까지 마련해 줘도, 네가 여인이었다면 정인으로 만들었을거라는 진담까지 그냥 흘려 들을 정도로... 자신의 상처에 다정한 손길에만 살짝 반응했을 뿐이지만 윤이가 양선과의 대화속에 빙긋 웃고 있어도 사실은 마음으로는 웃고 있지 없다는것은 알아챈다. 


처음으로 윤이는 두려움을 보여준다. 이제까지 제일 궁금했던 건 윤이는 무섭고 도망가고 싶지 않았을까..였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진실이었고, 절대적힘을 가진 귀와 인간으로 맞서야 하는 건 누구에게나 무서운 일이다. 처음으로 양선 앞에서 사람으로써 당연하지만 숨겨야 했던 감정을 비춘다. 양선 앞에서 음란서생도, 세손도 아닌 그냥 이윤이니깐. 


나는 양선이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착하고 귀여운 아이인걸 알지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데 윤이랑 함께 하는 양선은 좀 다르다. 원래 양선은 이런 아이인지, 아니면 윤에게만 이런 아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윤이와 이야기 할 때 양선은 명확하게 숨겨진 진짜를 알고 있다. 부자애욕에서 진짜 전하고 싶은건 사람은 희망이다 라는것도, 음란서생 때문에 현실이 더 힘들어 질 수 있지만  그것은 꿈을 꾸고 희망을 현실로 이뤄내기 위해 잠시라는것도 말이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답게 본질을 꽤뚫는 현명함과 가족을 위해 힘든 티 한번 내지 않고 살아온 배려심으로 윤이를 다독인다. 그 다독임이 윤이의 기분을 맞맞춘 이윤에게만 정답이 아니라 양선에게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다. 백성을 아끼고 함께 사람답게 살고 싶어 시작하는 일이였지만 이 험난한 길이 정말로 결과적으로 백성을 위하는 길인지 고민할 수 밖 없는 윤에게 백성의 눈으로 옳은 일이라며 등을 밀어주는 양선이 있어서 좋았다. 



대의 앞에서는 너무 완벽한 이윤이었다. 정말 크고 넓고 단단한 사람. 그런 윤도 사실은 두렵다는걸 알아서 좋았다. 두려워도 가야해서 멈추지 길을 가는 이윤의 결단이 이 여정의 과정속에서 백성들에게, 나에게, 모두에게 꼭 전해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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