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날 때 같이 화를 내주는 것이 가장 좋은 소통이다. 남의 일을 내 일처럼 같이 화를 내주다보면 그 일은 어느덧 처음보다 가벼워지고, 그러다가 내가 너무 했나 싶기도 해진다. 그렇게 윤이는 양선보다 더 화를 내면서 양선의 숨겨진 진심을 끌어 낸다. 사실은 화가 나는게 아니라 섭섭한 그 마음... 그 마음으로 윤이를 잡아 막아서니 자기도 아직은 모를 진심을 담아 부러 심통이 난 척 한다. 같은 날 만났지만 자신이 양선을 못 만난 성열과 이미 끼어 들 수 없는 감정의 연이 생겼고, 윤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양선에게서 진이의 모습을 지운다. 

결국 사랑의 주인공이 아닌 사람의 몫은 이런건가 보다. 윤이와의 마음 편한 술판 끝에 양선이 숨겨둔 아픔을 이끌어 냈지만 결국 그걸 듣는 건 윤이몫이 아니었다. 또한 신발을 고운 상자에 담아 기쁘게 들고 오는 사이 양선은 성열이 신겨준 신발을 신고 빈자리만 남겨뒀다. 그 빈자리가 쓸쓸한 윤이의 잘 들어갔으려나.. 하는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행복하게 말이다.  

윤이가 쓸쓸한 일이 양선이가 행복하게 된 일이니, 그 안에 윤이의 고운 마음이 참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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