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포옹으로도 여인임을 알아내는거 보면 역시 한량은 다른가 보다ㅋ 200냥이라는 큰 돈을 자신도 모르게 갚아줬다는 사실에 혹시나 자신을 향해 눈치를 볼까봐 관상 지식을 늘어 놓으며 양선을 치켜 세워 주면서 형님 소리를 은혜값으로 받는 윤이는 참 남다르다. 이자를 핑계로 낡은 짚신을 바꿔 주고 싶어하는 마음까지...이 모든 걸 양선은 모르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눈치 없는 양선이라서 역당으로 추포령이 떨어진 음란서생에 대해서 조차 자신의 생각을 모두 쏟아낸다. 물론 윤이가 그걸로 자신을 역모죄로 묶어서 신고할 리가 없다는 믿음이 있었겠지만, 그 만큼 양선은 자신의 성별은 속이고 살았서도 마음을 속이고 산 적은 없는 아이다. 그게 아마 벗을 닮은 진이를 넘어서 양선으로 윤이를 흔들 수 있는 점일거다. 윤이 곁에는 늘 모든 사람들이 뜻을 숨기는 사람들 뿐이고, 윤이 역시 그런 환경속에서 자신을 감추고 살아왔다. 어떤 계산도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된 양선의 이야기에서 자신도 생각 못한 음란서생에 대단한 점은 진실로 다가왔다. 이윤이 꿈꾸는 사람이 희망인 세상은 윤이가 의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도 조금씩 그렇게 한 발 다가서고 있었다. 이렇게 자신이 하는 일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심어준 양선이 고마웠을거다. 그런 양선조차 흡혈귀 이야기를 믿지 못하니, 이 진실 앞에 오직 인간의 힘으로 마주 서야 하는 윤이의 공포감은 10년간 아무리 준비의 시간이 지났어도 때가 가까이 온 지금이 가장 크지 않을까 싶다. 


누구보다 빠른 눈치를 가질 수 밖에 없었던, 당연히 노리는 대상이 자신이라 믿는 일상을 10년간 쭉 해왔다. 이윤의 곤두서고 피곤한 삶의 안식처는 결코 양선이 품도, 진이의 곁도 아니겠지만 양선을 좋아해서 그저 평범한 남자 이윤이 될 수 있는 이 순간이 윤에게 참 특별하고 소중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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