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은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큰 인물이었다. 사실 나는 이윤이 이 궁궐안에 진정한 주인, 귀에 대해서 모르는 줄 알았다. 아버지의 죽임이 할아버지인 현조와 노론 대신들의 정치 싸움에 희생양이라고만 알고 있다고 생각해지만 이윤은 모든걸 알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 자세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윤에게 타협이라는 현조의 선택은 그저 잠시 상황에 대한 도피였다. 어차피 그 다음 귀를 상대할 사람은 이윤 자신이었다. 그런 이윤에게 할아버지의 어쩔수 없었다로 선택한 귀의 수용보다는 귀에 맞선 아버지의 죽음이 더 마음깊에 새겨졌다. 보통은 두려움에 수용하기 마련이지만 이윤은 달랐다. 절대힘을 가진 귀 앞에서 어떻게 하면 아버지인 사동세자처럼, 더 올라가 120년전 정현세자처럼 실패하지 않을 수 있는가는 억울하고 아픈 상처의 빌미를 준 배신자 앞에서조차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고 절제할 수 있을만큼 되새기고 되새긴 10년간 이윤의 고민이었을 것이다. 


윤이의 사람들은 강직하고 충성스러웠다. 이 영상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김성열과 마주치자 자결한 자객, 같은 아픔, 같은 꿈을 꾸는 학영(학영과의 과거씬이 어여 나오길!), 그리고 잡히면 죽는건 물론 집안이 몰락할 수 있는 가짜음란서생까지... 윤이 곁에 진짜 사람들이 있다. 그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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