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상에 앉아 있는 세손이 정말 자신의 자리처럼 딱 맞아 보였다. 세손은 음란서생을 잡아들여야 하는 입장이지만 그곳에 가려고 했던건 (가짜)음란서생의 정보나 의도를 알고 싶어서가 아니였다. 사동세자 진혼식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위험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은 아버지를 추모하는것이 모반일 수 있지만 그걸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이 치열하고 더러운 정치판을 떠나서 그저 누군가의 아비로, 지아비로, 스승으로만 살겠다 낙향했지만 자신들의 왕이였던 사동세자를 일년에 한번은 마음으로 섬기고 싶은 사람들... 이윤과 같은 마음인 사람들이다. 


대신들의 눈엣가시면서 폐서따위를 쓰는 자에게 겁박을 받는 세손이라면 스스로를 비웃고, 모조리 잡아들이라는 현조의 명령에 자기도 모르게 안타까움으로 눈을 깊게 감아 버린 이윤.... 윤이의 꾹꾹 숨겨둔 마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삐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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