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일이라는 건 참 알 수가 없다. 내가 콘서트를 보러 해외에 가는 걸 주저하지 않고 또 가고 싶고, 또 갈 수 있기를 희망하니 말이다. 아이돌에 전혀 관심도 없었고 취향파괴자 동방신기를 만나고 나서는 모든것이 변했다. 가끔은 내가 동방신기 음악을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동방신기가 하는 음악을 좋아하는건지 모를 때도 있다. 뭐 이런들 저런들 뭔 상관이냐... 내가 그저 좋으면 되는거지. 새삼 행복했다. 아주 많이. 무대 위에 창민이가 너무 멋있는데 그걸 알아보는 내가, 창민이가 온 몸으로 추는 춤이, 전심으로 부르는 노래가 내 눈과 귀와 마음에 담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내 인생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을 동방신기에게 받을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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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공연,오후부터 비가 내리고 습도는 높고 공연장은 열기로 더웠다. 좌석에 그저 서 있는 나조차 얇은 자켓이 무거워 벗어버렸으니 무대 위에서 조명을 맞고 아래에서 관객이 뿜여내는 열기를 모두 받아야 하는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의 창민이가 얼마나 체력소모가 심해질 지 걱정이 되는 날이었다. 게다가 오사카돔 시작부터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고 벌써 4번의 돔공연... 우려대로 공연후반 창민이는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사실 창민이가 휘청거렸다 라고 말하기 미안한 공연이었다. 휘청였다는 말에 혹시나 일말이라도 창민이가 공연을 조금이라도 허술하게 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까봐... 전혀 그렇지 않았다. 창민이가 공연에서 가장 활기가 찼을 때는 춤을 출 때였고 가장 목소리에 힘이 있을 때는 노래를 할 때였다. 하지만 자기 파트가 아닌 곳에서 무대를 걸어 갈 때, 뒤에서 잠시 서 있을 때 그때 창민이가 그랬다. 그렇게 순간순간 어깨로 크게 숨을 몰아 쉬고 자기 파트가 되면 그 어떤 때보다 큰 동작과 목소리로 돔을 채워냈다. 



공연 후반 럽인아를 시작으로 체력은 눈에 띄게 한계를 넘어섰고 공연은 절정으로 달려갔다. 예전에 티비에서 한 애니중에 사이버포물러라는 애니가 있다. 스토리 중에 등장인물들이 오감이 극한의 능력까지 끌어 올려지는 제로의 영역에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장면이 있는데 나는 정말로 창민이가 그 순간 그 영역에 있는 거 같았다. 사람의 의지로 정말 이정도까지 할 수 있는거구나 경탄을 했다. 아무리 고개가 숙여져도 자기 파트에는 어김없이 고개가 들렸다. 아무리 고음이 연달아 이어져도 절대 파트 하나, 가사 한 음절 빼먹지 않고 모두 제.대.로 불러냈다. 목소리만 듣는다면 누가 지금 창민이가 힘에 겨워 쓰러지기 일보직전에 있다고 느낄 수 있을까? 정말로 이성 너머 영역에 가버린 거 같은 창민이가 자기 파트가 되면 파워스위치가 눌려지는 거 같았다. 그리고 자기파트가 끝나면 바로 그 버튼은 꺼졌다. 그리고 바로 또 켜졌다. 우린 듀오니깐 각자 파트가 정말 빨리 온다. 쉴 시간이라기 보다 그냥 찰나에 숨 고르기 할 정도의 시간일 뿐이다. 그런데 그 찰나에도 최강창민은 금방 사라졌다가 돌아왔다. 본능으로 부르는 노래, 내 눈으로 안봤으면 믿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였다.그런데 그게 럽인아 세상으로 더 몰입하게 했다. 처음 동방신기 공연을 본 어떤 사람이 쓴 후기에 자기는 친구가 말하기 전까지 일부러 애절하게 고개를 숙이는 줄 알았다고 했을정도로 노래성능에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으니깐. 아닌 걸 아는 나는 창민이가 안타까우면서 창민이가 뿜어내는 힘에 빨려 들어갔다.




그 이후 잠시 밴드소개 시간동안 머리속에 펑 터지는듯 했다. 그리고 라이징선이 왔다. 라이징선 중간 리믹스 들어가기전 창민이는 고개를 든 얼굴이 클로즈업이 되는 순간 공연장은 헉...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창민이 기백이 정말 무서웠다. 의지와 결의라는게 단순히 전해지는 느낌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실체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창민이는 모든걸 쏟아부웠다. 마지막 샤우팅에서 상의를 푸는것 조차 창민이가 뿜어내는 파워에 터진것처럼 보여질정도로 그렇게 모든 걸 쏟아 낸 창민이 마지막 엔딩씬의 하얀 옷을 풀어헤친 길고 단단한 몸과 대조적인 창민이에 휘청임은 어떻게 보면 처연하게 아름답기까지 했다. 



정말 남에게 부족한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주기 싫어하는 창민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이 날의 공연이 정말 강렬하게 각인되어 계속 몇 일간 눈앞에 창민이가 아른거릴정도로 좋았다. 창민이가 이 다음날 남은 공연을 잘 할 수 있을지도 걱정되기도 했지만 지금 이 순간 이런 최강창민을 볼 수 있어서 나는 사실 정말 행복했다. 내가 최강창민에게 진지하게 다시 입덕한 날이 언제냐 묻는다면 이 날이라고 말할 수 있을정도로....정말 진짜로 멋있었어. 창민아....너의 노력과 의지에 근원이 뭘까 궁금했어. 늘 최선을 다하지만 오늘같은 공연에서 그렇게 까지 할 수 있는건 왜 일까... 무대를 사랑하고 동방신기에 대한 책임감, 관객과 약속... 이런 어쩌면 뻔하고 상투적인 말들이 사실은 너에게 가장 중요한 진짜였다는게 정말 너무 깊게 다가왔었다.


창민이가 자신은 누군가와의 대결에서 지기 싫은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자기 자신에게 지기 싫을 뿐이라고... 이건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남보다 잘하고 싶고,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아니라 자신에게 당당하고 싶고,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고 싶은 사람. 원래 자신에게 가장 너그러운 법이고 자신에게 가장 많은 면죄부를 주게 되는게 사람인데 자신의 목표가 자신인 사람인 창민이가 참 신기하고 놀라울 때가 있다. 아주 가끔 그런 면이 좀 답답할 때도 있기도 하지만 어린나이에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던 가수의 길로 들어와 탑스타로 꿈을 이뤄놓고 자신의 길에 대해 남들과 달리 뒤늦은 방황할 때 조차도 동방신기 최강창민으로 일본어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하고, 쉬는 날에도 연습하러 가면서 마음속 혼란속에서 자신을 언제라도 놓지 않는 사람이라서 내가 지금의 창민이를 만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자신이 목표인 창민이 안에서 동방신기가 제일 빛나는 태양이면 좋겠다. 최강창민이 제일 높은 별이면 좋겠다. 심창민이 제일 큰 산이면 좋겠다. 창민이는 분명 그 모든걸 뛰어 넘기 위해 노력하고 키워갈테니깐. 그럴거라고 18일 공연 뿐아니라 오사카 공연을 보는 동안 더 멋진 춤으로, 더 아름다운 노래로, 더 완벽한 외모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렇게 최강창민은 외치고 있었다. 지금의 최강창민이 데뷔이후로 최고지만 미래의 최강창민은 더 최고일거라는 확신을 받은 공연이었다.  


내일이면 투어 마지막 남은 2일 공연이 시작된다. 오늘도 빠심이 폭발한 난 아직 동방신기를 보낼 준비가 안된거 같다. 닛산 해줘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발 부탁이야ㅠㅠㅠ좀 더 내 손을 잡아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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