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에 대한 특별한 애착이 없는 건 내가 늦팬이기 때문일 거다. 곡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막상 처음 들었을 때 왜 이렇게까지 유명한지, 이게 왜 동방신기 대표곡이 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굉장히 어려운 곡이고 그 곡을 아이돌 그룹 멤버로서 잘 소화했다는 점에서 분명히 팬덤 프라이드에 자양분이 되었을 거라는 걸 머리로는 알았을 뿐, 곡만으로는 내 마음에 와 닿는 곡은 아녔다. 너무 큰 명성으로 기대감이 컸을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이 노래에 대한 팬덤의 전반적인 공감대 형성에서 나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내가 구동방신기 곡을 꼭 불러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건 동방신기가 어떤 곡을 부르냐 보다 지금의 동방신기다운 곡을 부르냐가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창민이 말처럼 좋은 곡도 많고 또한 과거를 부정하지 않지만, 굳이 취향으로 따지자면 하마솔을 부르는 동방신기보다 원앤온니원을 부르는 동방신기가, 윗올마핥을 부르는 동방신기보다 아이러브유를 부르는 동방신기가, 럽인아를 부르는 동방신기보다 삼백이를 부르는 동방신기가 더 좋다. 그렇지만 하마솔을, 윗올마핥을 그리고 럽인아를 부르는 동방신기를 지지하는 건 그걸 당당하게 내 곡으로 부를 수 있는 건 오로지 이 세상에 딱 하나 우리의 동방신기뿐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럽인아를 부른다는 스포가 흘렀을 때 조금 갸우뚱했었다. 화음이 겹겹이 겹쳐 있는 곡으로 다섯 명이 나눠 불렀을 때도 한번 부르고 몇 년을 늙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힘들게 부르기 바빴던 이 곡은 단체 곡이지 일명 듀엣곡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른다고 해도 메들리 중에 하나가 아닐까 했지만, 예상을 깨고 이 곡은 완곡이었다. 꽃분홍 옷(이 곡에 이 옷은 절대 아니야!!! ㅜㅜ) 입고 눈 내리는 배경 속에 럽인아의 상징인 하~아~가 시작되었다. 공연장은 기쁨의 환호성이 터진 뒤 바로 조용해졌다. 모두가 이 곡을 부르는 걸 한 소절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이제까지 간 동방신기 공연 중 가장 관객석이 조용했던 순간이었던 거 같다. 내 주위에 망원경으로 동방신기를 쫓던 해외 팬도 망원경을 내려놓은 귀를 기울였다. 드디어 하이라이트 부분이 시작되고 윤호가 곡을 리드하고 창민이가 그 위에 겹겹이 각각 다른 모든 애드립을 끊임없이 채워 나갔다. 마지막 창민이에 샤우팅이 터지자 럽인아의 새로운 완성 됨에 큰 탄성으로 찬양했고, 노래가 끝이 나자 환호성과 박수로 럽인아를 부른 동방신기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그 어떤 과거 곡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던 거 같다. 주위 팬 중 몇몇은 울고 있었지만, 예전에 구동방신기 곡을 부를 때 울던 느낌과는 좀 달랐다. 예전 과거 곡을 마주한 팬들의 눈물이 추억으로 젖어 있었다면 이 곡은 그걸 넘어서 기쁨과 환희가 공존하고 있는 희망으로 충만해지고 있었다. 그럴 수 있게 럽인아곡이 갖는 여러 무게감을 버텨내고 일으켜 세운 것은 동방신기였다.



이 곡의 가사 중에서 좋아하는 구절(정확하게는 단어다)이 있다.


"누구라도 갖고 있는 상처와 깊은 한숨들, 끌어안아 줄 수 있는 그 '공간'을 찾고 있어."


이 노래 안에 공간이라는 단어는 그저 장소의 개념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현재의 위로가 미래의 희망으로 향하게 안아주고 연결해 주는 시공간의 개념 같았다. 그 공간 속에 포근함만이 마음속에 박힌 얼음 한 조각을 흔적없이 녹일 수 있다.




LOVE IN THE ICE….

티스토리 공연장에서 우리는 동방신기가 만들어 낸 그 공간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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